[이슈] 美장성 별 800명 불러모은 트럼프 "핵 전력 업그레이드…방어 아닌 전쟁 준비"

트럼프 "내년 국방예산 1조 달러…전사정신 되살려야" 美장성 대상 '좌파이념 척결' 정신교육 "정치적 올바름 아닌 능력 주의" "미국이 노벨상 못받으면 큰 모욕" 美국방 "군의 임무는 방어 아닌 전쟁…뚱뚱한 군인은 아웃" '軍정치중립' 훼손 우려…소집 지휘관들 '무표정' 일관

2025-10-01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30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이하 현지시간) 전 세계 미군 장성 800명을 소집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며 내년 국방예산으로 1조 달러(약 1400조 원)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핵 전력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전쟁부'로서 군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 발표 등 거창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올바름'을 버려야 한다며 자신의 관세 정책과 국경 봉쇄, 주요 도시 범죄 척결 등을 성과로 언급하며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내년 국방예산 1조 달러…전사정신 되살려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개최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미군의 목적은 바로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화력이 필요할 때 여러분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저는 2026년에 1조 달러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13.4% 증액한 1조100억 달러로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은 방어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군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능력과 체력에 기초한 '전사 정신'(warrior spirit)을 일깨워야 한다"면서 "우리는 함께 다음 몇 년간 미군을 다시 가장 강력하고, 두려운 군대로 만들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는 3월 백악관에서 발표한 6세대 전투기(F-47) 개발 계획과 핵 억지력 현대화, 북미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 구축 추진, 신규 함정 건조 계획 등 군사력 강화 방안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관세로 인한 대미 투자 및 세수입 증대를 연결 지어 말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관세 때문에 모든 나라가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4년 동안 1조 달러를 벌지 못했지만 (내 임기 시작 후) 8개월 만에 17조 달러가 더 들어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 예산으로 내년에 미 해군 잠수함, 구축함, 강습함을 포함해 최소 19척의 함선을 증원할 예정이며 앞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잠수함, 전략 폭격기와 같은 전략 자산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하며 핵 역량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그는 "최근에 러시아로부터 약간의 위협을 받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무기 중 가장 치명적인 핵잠수함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1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핵잠수함 2척을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보다 25년 앞서 있다. 러시아는 잠수함 분야에서 사실 2위이고, 중국은 3위"라며 "하지만 그들은 따라오고 있다. 핵도 그들은 훨씬 뒤처져 있지만 5년 뒤엔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을 언급하며 "솔직히 말해서, 만약 실제로 사용하게 되면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좋고, 더 새로운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보유한 핵무기의 20분의 1만 있어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 역량 업그레이드에 대해 "그 힘은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그것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美장성 대상 '좌파이념 척결' 정신교육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좌파 이념 대신 아닌 '실력'(merit)을 기준으로 한 군대 운영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구조는 능력주의 대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설계됐었다. 그런 식이면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체력, 능력, 인격, 강인함에 초점을 다시 맞추고 있다. 미국 군대의 목적은 누구의 감정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매우 사랑하는 공화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싸우고 이기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브랜드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과 정체성, 자부심을 역사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장성들을 향해 "나는 여러분과 함께하며 지지한다. 대통령으로서 100% 여러분을 뒷받침하겠다. 우리는 군대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강인하고, 신속하고, 맹렬하고, 힘있게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자신의 주요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먼저 국경 통제 및 이민자 단속 정책에 대해서는 "이곳에 있는 여러분과 함께 우리는 '본토 수호가 군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는 근본 원칙을 되찾았다"며 "미국은 내부로부터 침략당하고 있다. 우리는 국경을 지키는 데 수조 달러를 쓴 뒤 이제 여러분의 도움으로 국경을 지키고 있으며 내부로부터의 침략을 빠르게 막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 범죄율이 줄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나는 피트(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이런 위험한 도시들을 군, 주 방위군의 훈련기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곧 시카고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지원 목적의 군 병력 투입을 했거나 검토중인 도시들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곳들이다.

"미국이 노벨상 못받으면 큰 모욕"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신이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한 서명이 하나 남았고, 만약에 그들이 서명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명하고 정말로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우리는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들을 함께 앉혀서 해결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을 통해서다. 우리가 약했다면 그들은 내 전화조차 받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전쟁·분쟁을 중재하는 '피스 메이커' 역할을 자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 "그들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 그것을 줄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나라에 큰 모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미국)가 (노벨평화상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소집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30 [사진=로이터=연합뉴스]

美국방 "군의 임무는 방어 아닌 전쟁…뚱뚱한 군인은 아웃"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연설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미군이 인종과 성평등 같은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전투력 강화에만 집중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어리석고 무모한 정치 리더들이 나침반 방향을 잘못 잡았고 우리는 우리 길을 잃었다"면서 "우리는 워크(Woke, 인종·성 차별, 사회적 정의에 대한 각성)부가 됐지만, 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과도하게 세심하고, 누구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라는 리더십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각급에서 기준을 충족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규율을 지키고 건강하고 훈련되지 않으면 당신은 아웃이다"라고 경고했다.

워크는 원래 인종·성 차별, 사회적 정의에 대한 각성을 의미했지만, 이후 미국 사회에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 보수 진영은 워크를 진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행위라는 비판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부로 모든 병과의 기준을 "가장 높은 남성 기준"으로 복원하고 기본군사훈련을 강화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계급의 장병에게 매년 두 차례 PT(Physical Training·신체단련) 시험을 통과하고, 키와 몸무게 기준을 맞추며 매일 PT를 할 것을 지시했다. 수염이나 긴 머리 등 군인에 어울리지 않는 풍모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전투 대형이든 어떤 대형이든 뚱뚱한 군인을 보는 게 지겹다. 펜타곤 복도에서 뚱뚱한 장군과 제독들을 보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의 시대가 끝나고 전쟁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쟁부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수행, 전쟁 준비, 승리하기 위한 준비뿐"이라며 "우리는 방어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수호자가 아니라 전사를 훈련하고 있다. 우리는 방어가 아니라 승리를 위해 전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고압적인 교전규칙은 더 이상 안 된다. 단지 상식, 그리고 전사들을 위한 최대한의 치명성과 권한뿐"이라고 설명했다.

'전군 지휘관 회의' 참석자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 2025.09.30 [사진=로이터=연합뉴스]

'軍정치중립' 훼손 우려…소집 지휘관들 '무표정' 일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군 최고 지휘부를 상대로 선거 유세 스타일의 연설을 했다"며 "이는 정치와 군의 분리를 추구해온 수십년간의 선례를 중대하게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 유도에도 불구하고 방청석의 지휘관들은 무표정한 얼굴에 침묵을 유지하며 애써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려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할 경우, 특정 정파가 아닌 '헌법에 충성한다'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군 수뇌부가 '정치적 이벤트'에 참석했다가 거센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점 역시 지휘관들의 신중한 태도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앞서 2020년 마크 밀리 당시 합참의장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과 관련한 행사에 전투복 차림으로 참석했다가 커다란 반발에 직면한 뒤 공개 사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