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경찰, '출석 6회 불응' 이진숙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

경찰 "출석 6회 거부"…법원서 체포영장 발부 이진숙 "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가 시켰나, 개딸이 시켰나" 장동혁 "국민들, 나라 미쳐돌아가는 것 보고 있어" 송언석 "게슈타포식 기습…전형적인 정치 수사" 민주 "사필귀정…법·원칙 따른 철저한 수사"

2025-10-02     김승훈 기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경찰이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전 위원장이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로 자동 면직되기 전날(9월30일) 마지막 퇴근길에 "굿바이, 씨 유(Goodbye, see you)"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지 이틀 만이다.

수갑을 찬 채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한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가 시켰나,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나"라며 "방통위라는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이진숙한테 이렇게 수갑을 채우는 거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나라 미쳐돌아가", "전형적 정치 수사 경찰 아첨 수사"라며 한목소리로 경찰을 비판했다.

경찰 "출석 6회 거부"…법원서 체포영장 발부

경찰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 보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의 발언을 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방통위 기능 마비는 더불어민주당 책임"이라고 적은 페이스북 글도 혐의 사실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민주당을 직접 언급한 이 전 위원장의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이 전 위원장이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뒤 이 전 위원장에게 3차례 이상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상당한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체포 전 지난달 27일 오후 2시에도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이 전 위원장은 국회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방미통위)법 본회의 상정 일정으로 국회에 출석했다.

이에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피의자(이 전 위원장)에 대해 8월 12일부터 9월 19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발송했고 그럼에도 피의자가 출석에 불응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이진숙 "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가 시켰나, 개딸이 시켰나"

수갑을 찬 채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한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정청래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느냐"며 "방통위라는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이진숙한테 이렇게 수갑을 채우는 거냐"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제가 대통령의 가치나 철학과 맞지 않아서 사퇴하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시키는 말을 듣지 않아서 저를 자르고 기관까지 없앤다는 뜻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의 변호인도 "국회 필리버스터 일정으로 소환 조사에 응하기 어려워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구두로 설명했는데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어제(1일)로 면직된 만큼 충분히 수사에 임할 수 있는데 왜 불법적 구금 상태로 두느냐"며 "오후 9시 이후 야간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들, 나라 미쳐돌아가는 것 보고 있어"

송언석 "게슈타포식 기습…전형적인 정치 수사"

이 전 위원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동혁 대표는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을 앞두고 경찰, 검찰, 특검 등 권력의 하수인들이 무언가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결국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체포했다"며 "국민들이 나라 전체가 미쳐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계시다"며 이 위원장을 체포한 경찰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를 잡으라고 했더니 물가는 안 잡고 이미 법을 만들어서 내쫓아낸 이진숙 전 위원장을 잡겠다고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번 체포 배경에 대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문제가 터지고, 물가가 오르니 결국 추석 밥상에 올린다는 것이 이진숙 전 위원장 체포였다"며 "민주당 의원이나 인사가 연루된 사건들은 지금 계속 무혐의, 무죄가 나고 있다. 근데 야당에 대해서는 요건에도 맞지 않는 체포를 연휴를 앞두고 무도하게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과 함께 명절을 준비하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 충격은 마치 '게슈타포식 기습'과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진숙 전 위원장은 이미 변호인을 통해, 국회 출석 일정으로 인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무리하게 체포를 자행했다. 추석 밥상에 '이진숙 체포'라는 소재를 올려 여론을 왜곡하려는 전형적인 정치 수사이자,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경찰의 아첨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이제는 전직 위원장 개인을 직접 겨냥해 제거에 나섰다"며 "방송 장악, 언론 통제, 정적 제거라는 집권세력의 본심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폭거와 경찰의 정치 보복성 체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 "추석 밥상에 김현지 대신 올리기 위해 '견찰'이 무리하게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며 "이재명 정권이 탄압하는 행태가 1980년대 이전의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적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전 위원장 체포는 명백한 정치 보복이자 국면전환용 공작"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국가전산망 화재 등 국정 난맥을 덮기 위해 전직 방통위원장을 무리하게 체포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독재적 발상이며, 국정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치졸한 술수"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기어이 공안정국으로 가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세력이 고발하고, 수사권력이 정치수사해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는 삼박자가 완성됐다. 이 폭주를 막지 않으면, 누구라도 제2, 제3의 이진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경찰이 누구의 뜻을 받들어 이런 무도한 법집행을 하고, 이 업보를 누가 감당하려는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절차의 공정성과 그 집행행위의 비례성과 상당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조직에 회복 할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폭주이자, 권력의 망나니 칼춤"이라고 비난했고, 주진우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사망 선언이자 인사권자만 바라본 '딸랑이 짓'"이라며 "중국 공안, 일제 순사보다 더 하다"고 주장했다.

민주 "사필귀정…법·원칙 따른 철저한 수사"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수사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승찬 대변인은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여러 유튜브에 출연해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망언을 일삼은 데 따른 사필귀정"이라며 "민주당은 방송의 독립과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만시지탄"이라며 "이제라도 '자연인 이진숙씨'의 범죄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보석 기각, 권성동 구속기소, 이진숙 체포. 더디지만 바로잡혀가고 있다"며 "누군가 뒤틀어버린 정의를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