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포틀랜드·시카고에 주방위군 투입 '반란법' 만지작…"준내전 상태"

트럼프, 이민 단속 반발 시위에 주 방위군 투입 LA, 워싱턴DC 주방위군 투입 이어 "포틀랜드, 전쟁 지역…시카고, 종말론적인 힘 필요" 美, 이민단속 중 자국민 여성에 총격…시카고 항의시위 들불 포틀랜드 연방법원, 트럼프 군대 투입 제동 "이 나라는 계엄령이 아닌, 헌법에 따른 법치 국가" 트럼프, 오리건에 다른주 방위군…"필요할 경우 반란법 가동" 美국토안보장관 "시카고는 전쟁터"…주지사 "정부가 전쟁터 만들어"

2025-10-08     김승훈 기자
미국 연방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본부 앞에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에 '치안 유지'를 이유로 주방위군을 잇따라 투입하며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법원이 주 방위군 투입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즉, 대통령에게 예외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반란법'을 통해 계엄처럼 군대 투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미국의 정치·경제가 극심한 혼란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내전에 준하는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이민 단속 반발 시위에 주 방위군 투입

LA, 워싱턴DC 주방위군 투입 이어 "포틀랜드, 전쟁 지역…시카고, 종말론적인 힘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4일(이하 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주방위군 투입을 승인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6월 민주당 우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치안 유지를 이유로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이어 지난 8월에도 워싱턴DC에 비슷한 이유를 들어 주방위군을 집어넣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주방위군을 투입했고, 포틀랜드에도 200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틀랜드에서는 미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의 무차별 검거 작전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미국에서 주 방위군은 평소에는 주지사 지휘를 받지만, 유사시에는 대통령 명령으로 동원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권한을 이용해 자신과 정책적으로 대립하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와 시카고를 "범죄와 불안이 만연한 도시"로 규정하면서 연방 개입을 정당화했다. 포틀랜드는 "전쟁 지역"이라고 불렀고, 시카고는 "문제를 진압하기 위해 종말론적인 힘이 필요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공무원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방위군 병력 300명 투입을 승인했다"며 "대통령은 미국 도시들을 괴롭히는 무법 상태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틀랜드 연방법원, 트럼프 군대 투입 제동 

"이 나라는 계엄령이 아닌, 헌법에 따른 법치 국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 방위군 투입에 해당 지역 주지사들은 주 정부의 의사에 반해 군대를 투입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반미국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방위군과 연방군의 무분별한 체포 활동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유명 관광지 인근에서 체포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민자가 많고 라틴계 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료품점과 철물점 인근에서 최루탄을 사용했고, 한 남성을 체포하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시의원을 구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4일 오전엔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서 국경순찰대가 한 여성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토부는 여성에게 무장해제를 요구했으나 이를 듣지 않았고 불가피하게 방어적 차원의 발포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총격받은 여성은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주방위군 투입에 대해 법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 국방부가 포틀랜드에 60일간 주방위군 200명을 동원해 투입하겠다는 공문을 오리건주에 보내자 오리건주와 포틀랜드시는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지난달 28일 제기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연방 판사는 4일 트럼프 행정부의 오리건주 주방위군 투입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소규모 시위가 연방군 투입을 정당화하지 못하며 이를 허용할 경우 오리건주의 주(州) 자치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 소재 미 이민세관집행국(ICE) 건물 인근에서 발생한 비교적 소규모인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법적 권한을 넘어 섰을 수 있다"며 주 방위군 투입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나라는 정부의 과잉 개입, 특히 군부의 내정 간섭에 저항해 온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며 "이런 역사적 전통은 결국 하나의 명제로 귀결된다. 이 나라는 계엄령이 아닌, 헌법에 따른 법치 국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리건주에 이어 일리노이주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시카고에 주방위군 약 300명을 투입하고 추가로 텍사스 주방위군도 배치하려는 것에 대해 소송을 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소장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군 복무자들을 정치적 소품으로, 그리고 우리 주의 도시들을 군사화하기 위한 노리개(pawn)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이민 단속 반발 시위 도중 최루탄이 사용된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오리건에 다른주 방위군…"필요할 경우 반란법 가동"

美국토안보장관 "시카고는 전쟁터"…주지사 "정부가 전쟁터 만들어"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가처분명령을 내린 당일 오리건 주방위군이 아닌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오리건에 전격 투입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약 100명이 이미 오리건에 투입됐으며 텍사스 주방위군 400명이 오리건과 일리노이, 그리고 다른 곳에 투입될 예정이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약 200명의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장병이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재배치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공무를 수행하는 연방 공무원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티나 코텍 오리건 주지사도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약 100명이 4일 밤에 오리건 주정부에 대한 사전통보 없이 오리건에 도착했으며 추가로 도착 예정인 병력이 있다고 5일 성명서를 통해 전했다.

코텍 오리건 주지사는 "오리건에 군사적 개입의 필요성이 없다"며 "포틀랜드에서 무장봉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국가 안보에 아무런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리건은 우리의 고향이지 군사 목표물이 아니다"라고 성명서에서 말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도 5일 밤 성명서를 내고 연방정부에 의해 동원될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병력이 약 300명이라고 전하면서 "오리건 주방위군의 불법적인 연방정부 동원을 중단시킨 어제 (연방)지방법원 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이고 (법원을) 무시하는 수작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숨 막힐 정도의 법과 권력 남용"이라며 "트럼프가 캘리포니아 군대를 범죄 때문이 아니라 오직 '권력'과 '자존심'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비미국적(un-American)'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처럼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을 위한 '반란법'까지 거론하며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폭동진압 반란법은 내란 등 특정 조건에 한해 대통령에게 군대를 국내에서 동원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1807년 제정돼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동원됐다.

일반적으로 국내 치안 유지엔 군대를 투입할 수 없도록 한 연방법의 예외로 사실상 계엄과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캐나다 총리와 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필요하면 그렇게(폭동진압법을 발동)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폭동진압법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사람들이 계속 (범죄에 의해) 살해되거나, 법원이나 주지사, 시장이 우리를 막는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방위군 투입을 놓고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의 도시는 전쟁터다. 존슨 시장은 범죄자들이 시카고로 가서 사람들의 삶을 망칠 수 있도록 (현장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일리노이 주지사는 발끈했다.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곳을 전쟁터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들(연방정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최악 중의 최악의 범죄자'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면, 저들은 바로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