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野 "용산 지시냐" vs 與 "관행 자제"…檢 '대장동 항소 포기' 파장 확산

수사·공판팀 "항소시한 직전 전례없는 지시…갑자기 항소장 제출보류 지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표명…수사팀 "항소장 제출 못하게 한 것" 한동훈 "법무부·대통령실 오더 받은 것…검찰, 권력의 개 선택" 조갑제 "모든 의혹 대통령 향하고 민주당 방어 불가능해질 것" 국힘 "이재명이 대통령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 민주당 "대검 지시, 항소 관행 자제해야 한다는 내부 반성에 기인" 李, 지난 9월 '항소 관행' 공개적 비판…정성호 "주요 사건 제가 지휘 중"

2025-11-09     김민주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야권은 '윗선 개입'을 의심하며 대통령실과 법무부를 향해 공세를 이어갔고, 여당은 "항소 관행을 자제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검찰은 8일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 5인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 시한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과 김씨의 선고기일을 열고 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벌금 4억원과 추징금 8억1000만원을, 김씨에게는 추징금 428억원을 각각 명령했다. 정 변호사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원과 추징금 37억원을,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중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도망의 염려가 인정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모두 법정구속됐다.

피고인들은 전원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또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도 다툴 수 없다.

당초 검찰은 시한 직전까지 항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법무부에서 항소가 필요 없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사·공판팀 "항소 시한 직전 전례 없는 지시" 반발

수사팀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로 항소하지 못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 및 공판팀 검사들은 8일 입장문에서 "법률적 쟁점들과 일부 사실오인, 양형 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항소 예정 보고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며 "지난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급기야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 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8일 사의를 표명했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 지휘부가 대장동 사건을 항소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정 지검장이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법무부·대통령실 오더 받은 것…검찰, 권력의 개 선택"

야권은 이 대통령의 직접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채널A '뉴스 탑10'에 출연해 "대검찰청 수뇌부가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오더를 받고, 당연히 해야 할 항소를 포기시켰다"라며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의 개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또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항소 포기'라는 더러운 불법지시를 한 대통령실, 법무부, 대검, 중앙지검 관련자들 모두 감옥 가야 한다"며 "'다 끝나고 나서야 징징대는 현 담당 검사들도 처벌받아야 한다.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자기 사건에 대해 개입한 것"이라며 "공범들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살고 우리 다 죽으란 말이냐'고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 상황에서 공범들의 편의를 봐준 것이고 이 재판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의를 표명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이런 중요한 사건에서 외압은 상수"라며 "(항소 시한 마지막날인) 어제 왜 항소장 밀어 넣고 사표내지 않았냐. 이미 대통령실과 법무부와 대검의 불법적인 항소 취소 지시에 가담한 이상 이미 범죄자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탄핵도 요구했다. 한 전 대표는 "정 장관은 극심한 이해충돌 상황에서 직접 개입해서 독립적인 검사들의 정당한 결정을 불법적으로 틀었다"며 "이건 충분한 탄핵 사유다. 야당이 비록 소수당이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갑제 "모든 의혹 대통령 향하고 민주당 방어 불가능해질 것"

이 대통령과 오찬을 했던 보수 원로 언론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항소 포기) 지시자는 국민의 법익을 지키는 검찰 편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 편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야당과 언론과 여론의 반발이 뻔한데도 이런 무리수를 둔 데는 보다 깊은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폭로를 하겠다는 압박이 있었든지, 검찰이 요구한 추징금대로 선고가 나오면 알거지가 될 터이니 검찰로 하여금 항소를 포기하도록 하여 추징금을 수백억 원 정도(1심 선고)로 묶어놓으면 서로 좋은 것 아니냐는 회유가 먹혔는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 "모든 의혹은 이제 대통령을 향할 것이고 민주당은 방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전 대표 말대로 검찰에 항소 포기를 지시한 책임자들이 다 감옥에 가기 전까지는 수습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 최대의 위기"라고 적었다.

장동혁 "이재명이 대통령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실과 협의를 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항소 포기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공범인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한 데 대해 "죄는 아버지가 저질렀는데 아들이 감옥 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항소금지 외압의 '윗선'은 과연 누구인가. 정성호 장관인가, 아니면 용산인가. 반드시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해야 할 사안"이라며 '성남시 수뇌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하는 수사와 재판의 칼끝을 막아 세우기 위한 결정인지, 김만배 남욱 등 '이재명 대장동 패밀리'를 지켜주기 위한 결정인지,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성호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즉각 사퇴도 촉구했다.

민주당 "대검 지시, 항소 관행 자제해야 한다는 내부 반성에 기인"

여당은 항소 관행을 자제하기로 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재판부는 이미 '대장동 일당'들에게 징역 8년 등 중형을 선고했고,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며 "법원이 범죄에 상응하는 충분한 처벌을 내렸다고 판단했기에 검찰이 항소를 자제한 것"이라고 했다.

장윤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대검의 지시는 기계적, 관행적 항소를 자제하여야 한다는 내부 반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미 대장동 일당 전원이 중형을 선고받았고, 검찰 내부 항소 기준을 검토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대통령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주장에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듯이 대장동 일당의 뇌물수수와 무관하다. 오히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이익 5,503억 원을 시민의 몫으로 환수한 유일한 지방정부 책임자"라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배임' 논리는, 오히려 환수한 시장에게 죄를 묻고, 단 한 푼도 환수하지 않은 과거 관행을 정당화하는 자기모순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2026년도 예산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이 검찰의 항소 관행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점 여당 측 '항소 관행 자제' 주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에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고 돼 있지 않나"라며 검찰의 항소·상고 관행을 지적했다.

정성호 장관은 이에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반드시 있다"며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항소·상고를) 제한하고 있고 주요 사건 관련해 제가 지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히 법리관계를 다투는 것 외에는 항소를 못 하게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하고 1차적으로는 대검 관련 사무 예규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공소심의위·상고심의위가 내부인사로만 돼 있어서 기계적 항고나 상소를 방치해 왔는데 이 부분 규정을 고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