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장동 항소 포기' 檢총장대행 "제 책임하 결정"…중앙지검장 "의견 다르다" 충돌

노만석 검찰총장대행 "제 책임하에 중앙지검장 협의 거쳐 숙고끝 결정" 노 대행 "일선청 보고 받고 통상 중요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 정진우 중앙지검장 "대검지휘 수용하지만 지검 의견 다르다는 점 명확히" 정 검사장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윗선에) 관철하지 못했다"

2025-11-09     김규태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9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제 결정'이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하자마자, 수사 책임자인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에 반박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면서 이례적인 일이 이어지고 있다.

노만석 총장대행은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사태에 대해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 대행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 보고를 받고 통상 중요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했다"며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 여러분은 이런 점을 헤아려주기를 바란다"며 "장기간 공소 유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선 검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늦은 시간까지 쉽지 않은 고민을 함께 해 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행의 이러한 입장문이 공개된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정진우 지검장은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입장문에서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윗선에) 관철하지 못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10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정 검사장의 메시지는 공개시간상 노 대행 입장문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읽힌다. 대검이 중앙지검 및 수사팀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고, 이에 동의할 수 없어 정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권과 일선 검사들에게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개드는 가운데, 노 대행이 '제 결정'이라며 자신에게 그 책임을 돌리자,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 검사장이 노 대행에게 선을 긋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사건 처리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직접 입장문을 내자, 수사 책임자인 지검장까지 입장문을 낸 현 상황은 이례적이다.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놓고 검찰 내에서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폴리뉴스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