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보진영, 대장동 항소포기 비판 봇물 "진실규명 기회 박탈, 정성호 해명 의혹 해소 안 돼"

정의당 "검찰개혁 '내로남불' 만드는 꼴, 철저한 진상규명해야" 경실련·참여연대 "항소포기, 정치 영향 우려…儉개혁 취지 어긋나" 언론, 사설 통해 법무부 겨냥 "결정 과정 밝히고 책임 물어야"

2025-11-12     김성지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의당은 물론이고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언론들도 일제히 법무부를 비판하며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을 상세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를 지적하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도어스태핑을 통해 '종합적으로 잘 판단하라'고 한 지시에 대해서도 정 장관의 해명만으로는 '항소 포기 지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이번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 국민 앞에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며 이재명 정부는 방안을 강구하라"며 정부가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으며, 언론들은 보수, 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법무부 외압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 직원들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검찰개혁 '내로남불' 만드는 꼴, 철저한 진상규명해야"

원외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정 장관은 자신이 대검에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의지가 달라지는 정치검찰의 망령을 법무부 장관이 다시 불러일으킨 셈"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사건이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는 더욱 철저히 중립을 지켰어야 할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법무부가 절차와 순리, 관례에 맡기지 않고 이례적인 항소 포기에 개입한 것은 문제"라고 짚었다.

정의당은 "검찰의 항소 포기로 추징금은 (7814억의) 6% 수준인 473억 원으로 축소됐고,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3인은 항소를 통해 형이 더 깎일지도 모르게 됐다"며 "대장동 사건은 민관 결탁, 대규모 이익 편취 등 구조적 부패의 전형이지만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항소 포기로 인해 진실의 윤곽을 또렷하게 밝혀낼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현직 대통령 재판중지법'이 철회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이것이 사법 정의인가"라고 반문하며 "정치검찰 청산을 명분으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부에서 검찰을 정치화한 결정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어느 국민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진정성을 신뢰하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정의당은 "사법부가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해 내란 수괴를 석방했을 때는 침묵하던 검사들이 이제 와서 정의의 투사인 양 행세하는 것이 후안무치한 일이지만 정 장관이 그 일을 언급하며 항소 포기를 정당화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며 "검찰개혁을 '내로남불'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참여연대 "항소포기, 정치 영향 우려…儉개혁 취지 어긋나"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논평을 내고 검찰의 항소 포기를 일제히 비판했다.

경실련은 11일 성명을 내고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이 진실 규명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항소 여부 검토 과정, 법리 판단 근거, 법무부 의견 전달과 최종결정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건은 막대한 공공자산과 개발이익이 얽힌 대표적인 개발비리 사건이다. 1심 판결 이후에도 여러 핵심 쟁점이 남아 있음에도, 검찰이 상급심 판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검찰권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좌우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이번 항소 포기 과정이 단순한 법리 판단의 결과라기보다 정치적 영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점"이라며 "법무부는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결정적 시점에 법무부 의견이 전달된 이후 항소 방침이 번복된 과정 자체가 의혹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장관이 공식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 전달' 형식으로 항소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형식적 절차를 우회한 비공식 지휘로서 공소권 독립 원칙을 흔드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특히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강조해 온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한 경실련은 "이번 항소 포기 과정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권력 핵심부가 수사와 공판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소권 독립, 책임 있는 수사와 기소 원칙이라는 개혁의 근본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11일 논평에서 "대검찰청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 지휘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정 장관이 마지막 3차 보고 때 '종합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해명했지만 정 장관의 해명만으로 의혹이 해소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참여연대는 "항소를 하지 않도록 지휘한 노만석 대검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에 대해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했다'는 등 '외압' 의혹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민들 앞에 투명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노 대행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기와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 사설 통해 법무부 겨냥 "결정 과정 밝히고 책임 물어야"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이번 항소 포기 사건을 두고 법무부를 겨냥했다. 진보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항소 포기를 비판하며 "실익도 없이 왜 굳이 항소를 포기해 논란거리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으며 보수매체들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도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대장동 항소 포기한 검찰, 그걸 침소봉대하는 친검세력들>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현 정부 들어 법무부는 검찰의 '묻지마 항소' 관행을 개혁한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않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런 실익도 없이 왜 굳이 항소를 포기해 논란거리를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일을 기화로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검찰개혁 반대 세력의 준동이 시작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만에 하나 그런 시도가 있다면 법무부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며 아울러 이번 일의 자초지종을 투명하게 밝히고, 오해를 살 처신을 삼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1일 <대장동 항소 포기, 현명한 결정 아니다>란 제하의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 때는 침묵하던 검찰이 이번 일에 집단 반발하는 모습은 볼썽사납지만 실익이 뭔지 알 수 없는 항소 포기를 해서 이 혼란이 벌어진 상황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 대통령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특경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아왔으나 대통령 당선 뒤 재판이 중단됐다. 매우 이례적인 항소 포기가 왜 하필 이 대통령이 연관된 사건부터냐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11일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이 대통령 뜻인가>란 제하의 사설에서 "충격적인 지시를 정 장관 단독으로 했겠느냐. 항소 포기를 하면 대장동 일당이 검사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재판을 할 수 있다. 재판이 일방적으로 흘러간다는 뜻이고, 대장동 일당에게 수천억 원의 돈이 그대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이런 큰 일을 정 장관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이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피력했다.

중앙일보도 11일 <항소 포기 사태, 정성호 법무 해명 납득하기 어렵다> 사설을 통해 "정 장관은 항소를 계속하면 정치적 논란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는데 정치적 파장을 이유로 검찰이 법리 판단을 접었다면 이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 일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다. 수사와 사법 시스템 파괴라는 비판을 받는 이번 사태의 경위를 명백히 밝히고, 필요하다면 관련자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대장동 항소 포기'…결정 과정 소상히 밝히고 책임 따져야> 사설에서 "이번 항소 포기가 관례와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고 거센 정치적 후폭풍을 낳고 있는 이상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책임을 따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그 중심에 서 있는 노 대행과 정 지검장이 항소 포기 경위와 판단 근거를 소상하게 밝히는 게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11일 <'여러 가지 고려해 판단하라'가 항소 포기 지침 아닌가>라는 사설에서 "항소 포기에 국민들이 공분하는 것은 대장동 일당의 형량이 줄어들거나 복역 후 천문학적인 돈을 거머쥘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여권이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 대신 항소 포기 파동을 '친윤석열 검사의 항명'으로 규정하고 반격에만 골몰하는 것은 선후가 잘못된 일이다. 검찰의 과거 행동과 이번 항소 포기에 따른 국민들의 우려와 박탈감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소 포기를 마냥 두둔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우선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11일 <대장동 항소 포기 일파만파…대통령 관련 아니어도 그랬겠나>, 매일경제도 같은 날 <법무부 장관 "신중 판단" 한마디에 알아서 고개 숙인 檢총장대행>, 서울경제도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사실상 '항소 포기 종용' 아닌가>라는 사설을 통해 항소 포기를 둘러싼 법무부의 해명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