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벤츠 회동…삼성·LG·HS효성으로 이어진 '전장 삼각축' 재편 움직임
칼레니우스 회장, 한국 3대 그룹 최고경영진과 연쇄 회동 미래차 공급망 재정비·전장 기술 협력 논의하며 모빌리티 동맹 가속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경영자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방한 첫날부터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장, 배터리,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직접 살펴보고 재정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 LG, HS효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전장 삼각축'과의 협력이 빠르게 논의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짜려는 흐름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13일 정오쯤부터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시작했다. 먼저 LG그룹을 찾았고, 이어 HS효성과 만남을 가진 뒤 마지막으로는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함께했다. 하루 만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모두 방문한 이 행보는, 벤츠가 한국의 전장·부품 생태계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이날 일정 중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순간은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었다. 승지원은 국내외 최고 인사들이 방문하는 삼성의 대표 영빈공간으로, 이번 만찬 역시 주요 미래차 기술과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만남에는 삼성SDI의 최주선 사장과 하만 경영진 등도 참여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배터리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차량 내 디지털 시스템 등 삼성의 전장 관련 부문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벤츠는 현재 하만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프리미엄 오디오 분야에서 협력 중이며,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까지 협력을 넓혀가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SDI와의 배터리 협력이 한 단계 더 진전되면, 삼성은 독일 프리미엄 3사(벤츠, BMW, 아우디) 모두에 부품을 공급하는 위상을 갖추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은 단순한 예우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기술·공급전략 논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같은 날 오후 LG트윈타워에서는 칼레니우스 회장과 LG 주요 계열사 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이노텍의 자율주행 센서 등 LG계열의 전장 관련 사업이 모두 벤츠와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종합 전장 전략 회의' 성격을 띠었다.
LG는 프리미엄 전기차 EQS의 대형 파노라믹 OLED 개발에까지 협력한 바 있으며, 디스플레이와 센서 분야에서도 다양한 신기술 적용 사례를 갖고 있다. 이번 만남 역시 기존 협력의 연속성을 점검하고, 차세대 전기차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에 대비한 공급망 재정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재용 회장과의 회동 직전 HS효성을 찾았다. HS효성더클래스는 벤츠의 국내 공식 딜러사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시장 전략뿐 아니라, 타이어코드·시트벨트 원사·에어백 원단 등 자동차 안전과 부품 소재 기술 협력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첨단소재가 친환경과 경량화라는 흐름에 맞춰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넓히고 있는 만큼, 이번 만남 역시 상징성이 크다.
삼성–LG–HS효성을 중심으로 이어진 칼레니우스 회장의 연쇄 회동은 단순한 예우 방문을 넘어, 향후 전기차 개발 일정, 신형 배터리 수급, 소프트웨어 기반 전장 생태계 구축, 자율주행 안전 기술 확보 등, 실제적인 대형 프로젝트 논의를 위한 자리로 평가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벤츠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일정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전장 기술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센싱, 소재 등에서 이미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파트너십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리는 미래 전략 콘퍼런스에서 벤츠의 한국 시장 전략을 직접 발표한다. 글로벌 완성차 CEO가 국내 행사에서 직접 비전을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어, 벤츠 본사가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분위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