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12·3 내란1년…내년 1~2월 윤석열·김건희·한덕수 선고 전망...지귀연-이진관 재판 비교
윤석열, 내년 1월 변론종결 후 2월-한덕수 1월 선고 예정 김용현·조지호 사건도 尹과 병합…함께 선고받을 듯 김건희, 금품수수 재판…내달 3일 결심공판·내년 초 선고 전망 金, 고속도로 노선변경·관저이전 의혹은 수사진행 중 與 "내란재판 지연 말라…조희대, 책임 있는 입장 밝혀라" 지귀연-이진관 내란 재판 비교…李 '불출석' 김용현에 '철퇴'
12·3 비상계엄 이후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내란 관련자들 재판 선고가 내년 1~2월경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란 관련 주요 재판의 1심 선고가 가시화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정치자금 불법 후원과 청탁 관련 금품을 수수했단 의혹에 관한 재판도 올해 말 종료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초 이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내란 특검이 출범한 지 7개월 여 만이자 비상계엄 이후 약 1년이 지나서야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를 비판하며 사법부에 내란 재판을 전담하게 된 배당 과정을 밝힐 것과 구속시한 만료 전 재판을 마무리 지을 것을 요구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7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던 인물이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사건 등을 맡은 지 부장판사가 '침대 축구식' 재판 지연을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그 배경에는 '조희대 대법원' 등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윤석열, 내년 1월 변론종결 후 2월-한덕수 1월 선고 예정
김용현·조지호 사건도 尹과 병합…함께 선고받을 듯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내년 1월 중순 변론을 종결한다.
재판부는 지난 13일 재판에서 "내년 1월 7·9·12일을 추가 기일로 지정하고, 14·15일을 예비 기일로 잡아두겠다"며 "1월 12일 재판을 종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의 경우 검찰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변론 등이 이뤄지는 결심공판 이후 선고까지 1∼2개월이 소요된다. 또 법관 정기인사가 내년 2월에 있을 예정이어서 재판부가 정기인사 이전에 선고를 하겠단 의지가 강해 내년 2월 내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도 12월 말 윤 전 대통령 내란사건과 병합해 심리하겠다고 예고해 이들 사건에 대한 선고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3개 사건을 병합해 종결할 예정"이라며 "오는 12월 29~30일쯤 병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은 이보다 빠른 내년 1월 말 선고될 예정이다. 내란 사건 관계자 재판 중 가장 빨리 선고가 나는 셈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12일 1심 7차 공판에서 이 사건을 오는 26일 1심 변론을 종결하고, 내년 1월 말께 선고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은 내년 1월 21일 또는 28일 수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하려고 한다"며 "재판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변수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말씀드린 대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지 다섯 달 만에 선고가 이뤄지는 것으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하는 등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 중에선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결론이 가장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는 오는 17일 결심공판을 열기로 해 노 전 사령관의 재판은 이르면 연내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을 구성하기 위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으로부터 정보사 소속 요원들에 대한 인적 정보 등 군사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금품수수 재판…내달 3일 결심공판·내년 초 선고 전망
김건희 여사의 금품수수 재판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은 지난 5일 진행된 6차 공판에서 "오는 14일 증인신문을 끝내고 19일 서증조사, 26일 서증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듣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달 안에 증인신문과 증거 인부 절차가 끝나면 재판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다. 결심 공판은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선고는 내년 1월로 예상된다.
김 여사에게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 등 금품을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형사합의33부가 맡고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결심공판은 다음 달 15일이나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통일교 교단 청탁을 위해 해당 금품을 전 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형사합의27부가 심리하고 있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의 재판은 오는 17일이나 다음 달 초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으로 다음 달 중순 이후부터 내년 2월까지 내란 관련 재판의 결심공판이 속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金, 고속도로 노선변경·관저이전 의혹은 수사진행 중
다만 김 여사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 중 통일교와 관련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 등이 연루된 정당법 위반 사건을 제외한 △원희룡·김선교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직권남용 △ 김오진 등의 관저 이전 관련 직권남용 △최재해 등의 관저 이전 등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등 사건들은 아직 수사가 더 필요한 상태다.
이 외에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김예성 등이 운영한 IMS 모빌리티에 대한 다수 기업의 대가성 투자 사건 △권성동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한학자 등의 업무상 횡령 사건 등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검팀이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의 경우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을 압수수색했음에도 '윗선'으로 의심되는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을 소환조사할 만큼 진척되지는 못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도 특검팀이 초기부터 수사해왔으나 아직 구체적인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조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의 활동기간은 이번 달 28일까지다. 지난 7월 2일 수사를 개시해 90일의 수사 기간을 소진한 뒤 30일씩 두 차례 기한을 늘렸다.
이재명 대통령 승인을 받아 마지막으로 30일 연장하면 내달 28일까지 수사할 수 있어 16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대 수사 기간이 6주가량 남았다.
해당 의혹에 관해 구체적인 진척이 없다면 사건은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가게 된다. 국수본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수사팀이 바뀌고 사건 관련 자료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수사가 다소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與 "내란재판 지연 말라…조희대, 책임 있는 입장 밝혀라"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재판 지연과 지정 배당 의혹을 제기하며 지귀연 부장판사를 향해선 시대적 요구인 내란 종식을 외면하지 말라고 일침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도 사법신뢰가 붕괴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귀연 재판부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핵심 인물들의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관련 사건이 집중적으로 지정·배당돼있다"며 "내란 재판을 전담하게 된 배당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어떻게 지귀연 재판부가 내란전담 재판부로서 작동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 어떤 의사결정이 진행됐는지 속 시원하게 알려 달라"고 말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그 어떤 권력자의 재판도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지연된 적은 없다"며 "전두환·노태우 군사 반란 재판도 1심까지 169일, 대법원 확정까지 1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는 이미 한차례 구속 취소로 석방된 전례가 있음에도 내년 1월 구속 만료 직전에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일정을 공개했다"며 "구속 만료 일정에 맞춘 듯한 지연으로 국민적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 재판은 국가의 존립과 헌정 질서를 가르는 중대한 형사재판임에도 재판 일정마저 피고인 측 요구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다"며 "게다가 지귀연 재판부 배당을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되며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귀연 재판부는 더 이상 내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엄중한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 신뢰가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지귀연-이진관 내란 재판 비교…李 '불출석' 김용현에 '철퇴'
내란 재판이 중계되면서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의 재판 스타일도 부각되며 지 부장판사를 겨냥해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돌직구 판사', '사이다 판사'로 불린다. 반면 지 부장판사는 사상초유로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해 윤 전 대통령을 구속취소하며 늑장 재판 진행, 법정 안에서의 가벼운 태도 등을 보이며 두 사람의 행태가 크게 비교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첫 공판 때부터 내란 재판으로는 처음으로 재판 전 과정 중계를 허가했다. 두 번째 공판에서는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 일부를 공개해 한 전 총리 등 계엄 당시 국무위원들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달 27일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4차 공판에서 "다음 달까지 재판을 종결하고, 이르면 연내 선고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히며 "재판부는 11월 중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다른 사건 진행과 관계없이 선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빠른 선고를 예고했다.
지난 12일엔 증인으로 소환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언을 거부하며 불출석하자 구인영장을 발부하고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인 출석과 증언 거부는 별개 문제"라며 "방어권 침해로 볼 수 없다"라고 김 전 장관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반박했다.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호칭과 정곡을 찌르는 질문도 주목받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와 가까이 있었던 김정환 전 대통령 수행실장에게 직접 증인 심문을 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계속해서 불출석하며 재판이 지연됨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이를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변호인에게 휘둘리고 있다.
지난 14일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이 작성한 메모에서 윤 전 대통령 지시 뒤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며 이재명, 한동훈 등 정치인 이름을 받아 적었다고 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한 이어지자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 메모의 글씨를 '지렁이 같다'고 문제 삼으며 언성을 높였다.
지 부장판사는 이를 중재하거나 경고하지 않고 "저는 왜 이렇게 흥분하시는지 이유를 모르겠는데"라고 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이 "'홍장원 지렁이' 글씨체가 검색도 된다"며 법정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와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지 부장판사는 추가 기일을 잡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윤석열 변호인에게 "우리 변호사님들 간절한 눈빛에 제가 마음이 약해져서"라고 말하는 등 '우리 변호사', '마음이 약해져서'라는 표현을 써 지탄의 대상이 됐다.
지 부장판사의 재판 태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자 일각에선 다소 늦게 재판을 시작한 한 전 총리의 내란 재판 결과가 먼저 나올 수 있단 분석도 나왔다.
조성식 뉴스타파 전문위원은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좀 정상이 아니다. 좋게 얘기하면 최대한 피고인 쪽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지만 내란의 중대성에 비추면 1심 재판은 보통 6개월 내에 끝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 속도로 하다 보면 자칫 인사가 나기 전까지 못 끝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진관 재판부는 한덕수 재판을 내년 1월에 선고하려면 통상적으로 한 달 전에는 결심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게 때문에 속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한테 끌려 다니면 재판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인장을 발부 이유도 재판 속도를 올리기 위한 측면에 있다고 분석했다.
조 전문위원은 "지귀연이란 판사가 정말 독특한 판사이기 때문에 미심쩍은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도 (재판 지연으로) 많은 공격과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12월까지는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할 것"이라며 "본인이 옷 벗을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1월 중에 결심 공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