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손보사 3분기 순이익 13% 감소…메리츠, DB 제치고 2위 올라

2025-11-17     김지혜 기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요 손해보험사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의료 수요 회복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보험손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투자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본업 악화가 수익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순이익 순위도 변동이 나타나며 메리츠화재가 DB손해보험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8,3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1조7,859억 원으로 4.4% 줄었으며, 메리츠화재는 1조4,511억 원으로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 순이익은 1조1,999억 원으로 24% 줄었고, 현대해상은 6,341억 원으로 39.4% 감소했다. KB손보만 유일하게 7,669억 원으로 3.6% 증가했다.

순위 변동도 나타났다. DB손해보험은 2위 자리를 메리츠화재에 내줬고, 현대해상은 KB손보에 밀려 5위로 내려갔다.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와의 순이익 격차를 3,348억 원까지 좁혔다.

실적 감소의 핵심 요인은 보험손익 하락으로 나타났다. 5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투자손익은 3조5,1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1% 증가했지만, 보험손익은 4조3,782억 원으로 32.9% 감소했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손익에 직접 반영되는 '예실차'도 악화했다. 삼성화재는 474억 원, DB손보는 2,074억 원, 현대해상은 2,124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보험사 중 예실차가 흑자인 곳은 메리츠화재(48억 원)가 유일했다.

예실차 악화는 의료 대응 파업 이후 진료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손해율이 상승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전반에 걸쳐 2023년 IFRS17 도입 이후 출혈 경쟁이 이어졌고, 가격 인하·고위험 특약 판매가 집중된 결과 손해 구조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손익도 부진했다. 올해 3분기까지 자동차보험에서 DB손보를 제외한 4개사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341억 원, 메리츠화재 164억 원, 현대해상 387억 원, KB손보는 442억 원 적자를 냈다. DB손보는 218억 원 이익을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87.9% 감소했다. 주요 손보사 9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3.1%로 전년 대비 7.3%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는 4년째 이어진 자동차보험료 인하, 정비수가 상승, 폭염·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손보사 평균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은 0.8%였으며, 정비수가는 2.7% 인상됐다.

보험업계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는 실적발표 콜에서 "최근 4년간 요율 인하가 이어져 내년 손익에 부담이 예상된다"며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에서도 "포트폴리오 조정 없이 실적 회복은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험사 실적 구조가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안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손해율·예실차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투자이익으로 본업 부진을 보완하던 방식은 IFRS17 이후 한계가 분명하다"며 "장기적으로 상품 구조 개선과 손해율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