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내년, AI 투자 급증 속 글로벌 완만한 성장…韓은 회복 국면 지속"

최제민 이코노미스트 '2026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 발표

2025-11-17     권은주 기자
[자료=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 최제민 이코노미스트는 17일 발표한 '2026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는 AI 경쟁 심화와 기술 패권 갈등 속에서도 완만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한국 모두 확장 국면을 유지하겠지만, 각국의 투자 방향과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가 성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2025년 1.0%에서 2026년 1.9% 수준으로 성장률이 반등해 회복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패권 경쟁'이 내년 세계경제의 핵심 변수

보고서는 2026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AI 관련 경쟁을 꼽았다. AI 투자가 군사력과 안보, 산업 지배력, 국제질서 주도권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는 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AI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규모 확대가 필요하며, 투입되는 자본과 인프라가 광범위해 대규모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은 이미 AI 인프라를 국가전략 산업으로 분류하고 보조금과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무역수지나 관세 문제를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AI 경쟁은 장기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반도체, AI, 전기차, 항공우주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강화해왔으며, 이러한 제재는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경제는 완만한 둔화 속에서도 '확장세' 유지

미국 경제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확장 국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2026년 성장률은 1.9퍼센트로 예상됐으며, AI 관련 투자와 정부 재정지출, 감세정책 등은 성장 하단을 받쳐주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용 증가세는 인구 감소와 이민 둔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완만해지고 있으나 실업률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실업률은 4.3%에서 4.5% 사이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 둔화 국면에 비해 비정상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물가는 관세 요인과 재정적자, 양호한 금융여건이 결합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점착적 인플레이션 양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관세발 물가 압력은 일회성 성격이 강한 만큼 2026년 하반기부터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준비제도는 2025년 12월 추가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선 뒤 2026년에도 두 차례 인하를 단행해 총 세 차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낮고 기업 이익이 양호한 점 ▲은행의 대출태도 완화와 자산시장 강세 등은 미국 경제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투자유치 정책과 기업 리쇼어링 추진이 더해지면 주요 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는 회복세 이어가지만 '구조적 취약성' 여전

한국경제는 2025년 3분기부터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으로 진입한 뒤 2026년에도 1.9%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개선과 기저효과, 확장적 재정 정책, ICT 중심의 수출 호조, 대기업 중심 설비투자 확대 등이 주요 성장 견인 요인으로 제시됐다. 다만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 등 AI 관련 수출은 강세를 이어가지만, 나머지 품목들의 수출 개선 폭이 제한적이어서 이른바 K자형 회복 우려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부동산 시장과 환율,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감안할 때 2026년까지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지만 경기 회복력이 구조적으로 약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큰 만큼 금리 인하 속도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시장안정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고점을 확인한 뒤 점진적인 안정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환율 범위는 1370원에서 1480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 달러화지수 대비 과도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가 줄어드는 만큼 원화의 상승 여력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미 투자 확대가 달러 수급을 더 타이트하게 만들 수 있어 급격한 환율 하락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대해서는 "자산 증가와 함께 외화부채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며 "수익성 확보와 조달비용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성과에 따라 외화자금 흐름이 달라지는 만큼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적 통화스와프 체결 같은 안전장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