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힘 '친윤' 박민영, '친한' 김예지 장애비하 파장…지도부, 사표반려 징계없이 "작은 일" 구두경고뿐
박민영 "김예지, 눈 불편한 거 말고 기득권" "장애인 할당 너무 많아" 논란에도 "무지성 혐오 몰이"…다음 날 "과격한 표현 사과" 김예지 "차별과 혐오의 언어"…경찰에 고발 시민단체 "사퇴하라" 민주 "공당 대변인으로 부적절" 장동혁, 박 대변인 사표 반려 "언행 유의하라" 구두 경고 송언석 "작은 일에 언론이 과다 반응" 박정하 "지도부 우클릭…박민영 사의 수용했어야" 진중권 "유유상종" 장성철 "'尹픽' 중에 정상 있었나"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장애인 비례대표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 '장애인에 너무 많이 할당했다', '배려를 당연하다 여긴다' 등 장애인 비하와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내 파장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변인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김예지 의원은 박 의원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 내에서는 박 대변인에 대한 사퇴나 징계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작은 일에 언론이 과도하게 반응한다'며 오히려 언론 탓을 하고, 장동혁 대표는 박 대변인의 사표를 반려하며 징계없이 구두경고에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친윤 치도부가 친한계인 김 의원보다 친윤계인 박 대변인을 감싸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민영 "김예지, 눈 불편한 거 말고 기득권" "장애인 할당 너무 많아"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브 '감동란TV'에 출연해 김예지 의원을 향한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왜 공천 달라고 구걸을 하느냐", "국회의원 특권은 누리고 싶고 비례대표로 꿀은 빨고 싶고 근데 민주당 가면 공천 안 될 것 같고 왜냐면 민주당에 널리고 널린게 김예지 과"라고 말했다.
또, 박 대변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 의원이 '찬탄(탄핵 찬성)파'였던 점을 겨냥한 듯 "당론을 제일 많이 어기는게 김예지"라며 "저는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 처음 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너무 많이 할당을 해서 전 문제라고 본다. 좀 적당히 해야 돼요. 저는 전문가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김예지 같은 사람이 눈 불편한 거 말고는 기득권"이라고 주장했다.
감동란(본문 김소은)이 "김예지는 XX, 장애인인 것을 천운으로 알아야 한다"라며 "장애인이니까 우리가 이만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박 대변인은 "진짜 그렇죠"라고 동조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또 김 의원이 발의했다가 철회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지자체에서 정신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가족 동의 없이 장기를 적출하는 게 세트"라고도 발언한 바 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박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종이의 TV》를 통해 전해졌다.
논란에도 "무지성 혐오 몰이"…다음 날 "과격한 표현 사과"
박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뭐만 하면 무지성 혐오 몰이하는 스테레오타입부터 벗어야 한다. 장애인 할당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며 "장애인이라고 다른 집단에 비해 과대표 돼선 안 되며, 마찬가지로 특정인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예지라는 개인이 국민의힘에서 두 번이나 비례대표 특혜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그렇게 특혜를 받은 김 의원은 국민의힘의 일원으로서 당론을 존중하고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 의원은 당의 간판을 빌려 두 번이나 특혜를 받았으면서 당론을 젖은 휴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며 탄핵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주도 특검에 모두 찬성했고 급기야 당의 노선과 전혀 맞지 않는 법안들을 수차례 발의해 뭇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4년마다 공천장 찍어주는 자판기도, 선거 때 간판 빌려주는 플랫폼도 아니다"라며 "같은 지향점과 목표를 가지고 함께 통나무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것이 바로 당원 동지이며 이념결사체로서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후 논란이 더 확산되자 박 대변인은 "일부 과격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들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라며 "선을 지키지 못한 측면들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유 불문 공당의 대변인이라는 직함에는 걸맞지 않는 발언들이 있었고 언어의 부적절성에 의해 내용의 정합성마저 부정당하게 만든 것 또한,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앞으로는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라고 했다.
김예지 "차별과 혐오의 언어"…경찰에 고발
김예지 의원은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김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한 개인 공격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적 공간에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공적으로 소비된 사안"이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법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당사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담아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허위 정보와 악의적 왜곡이 퍼지면, 가장 보호 받아야 할 분들의 뜻이 정치적 소음 속에 가려지고, 필요한 제도가 제때 마련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그러한 잘못된 언행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며 "이는 보복이나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더 나은 기준을 세우고 지켜가기 위한 최소한의 공적 조치"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공직자의 위치에서 차별과 혐오, 그리고 허위사실에 기반한 입법취지 왜곡을 그대로 두는 것은 사회에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의 '장애인 할당 과도' 발언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구 정치와 국가 정책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메우고, 우리 사회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혐오가 아닌 존중을, 배제가 아닌 대표성과 정체성을, 낙인찍기가 아닌 다름에 대한 인정을 정치의 기본값으로 만들기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시민단체 "사퇴하라" 민주 "공당 대변인으로 부적절"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박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6일 논평에서 박 대변의 즉각 사퇴와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해당 발언은 장애인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온 현실을 외면하고, 사회적 약자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제도적 취지를 왜곡하는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자, 자당의 당론의 위배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변인의 발언은 장애·여성 후보의 대표성을 축소하고 피해자의 차별 경험을 왜곡하는 등 공적 직위를 맡은 정치인이 보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결여되어 있다"며 "국민의힘은 박민영 대변인의 즉각 해임 및 징계에 더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향해 "장애인 할당이 과도하다'고 비난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유튜버의 발언에 동조하는 듯한 언급을 서슴지 않았다"며 "국회의원 300석 중 장애인 비례대표 할당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 본질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장애인 등 소수자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할당제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국민의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나아가 김 의원에게 '피해 의식으로 똘똘 뭉쳤다'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이어갔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공당의 대변인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비인도적 태도"라고 했다.
장동혁, 박 대변인 사표 반려 "언행 유의하라" 구두 경고
송언석 "작은 일에 언론이 과다 반응"
이처럼 정치적 파장이 크게 일고 있으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대표는 박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언행에 유의하라며 구두 경고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17일 언론 공지에서 "장 대표는 최근 박 대변인 보도와 관련해 당사자에게 엄중 경고했다"며 "대변인단을 포함한 당직자 전원에게 언행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18일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변인의 막말 논란에 대해 "당내에 있었던 일을 갖고서 지나치게, 과다하게 언론에서 반응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금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본인이 사과의 뜻을 밝혔고, 당대표가 엄중 문책했기 때문에 그렇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며 "원내대표로서 당대표가 이미 엄중하게 질책한 사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왜 국민의힘에서 노력하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 굳이 자그마한 내부적인 일을 갖고서 이렇게 오랫동안 집착해서 기사화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우 미디어 대변인은 17일 YTN라디오에서 박 대변인의 발언은 윤리위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감싸고 나섰다.
이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가 언행을 신중하게 하라고 경고했고 박민영 대변인도 사과했기에 일단 상황은 마무리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김예지 의원처럼 당론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하는 세력들이 당에 남아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드는 그런 진영이 있다는 것은 이건 옳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장애인 얘기가 나와 초점이 틀어져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박정하 "지도부 우클릭…박민영 사의 수용했어야"
진중권 "유유상종" 장성철 "'尹픽' 중에 정상 있었나"
정치권에서는 박 대변인이 친윤계 인사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18일 MBC라디오에서 "당에 부담이 없으려면 본인이 판단했던 것처럼 사의를 수용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장 대표가) 엄중 경고를 하면서 소개된 내용은 단순 실수이기 때문이라는데 그렇게 해서 정리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그 표현의 수준, 인식, 이런 것들이 상식적인 선을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중권 교수도 18일 자신의 SNS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써가며 장애인 비하하며 킬킬거리는데, 그 수준에 입이 쩍 벌어진다"며 "이자가 사건이 커지자 사의를 표했지만 장동혁이 사표를 반려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진 교수는 "유유상종이라고, 인재(?)가 인재(?)를 알아본 것으로 한심하다"며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8일 CBS라디오에서 박 대변인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픽해서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들였다"며 "윤 전 대통령이 픽한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가 막말을 많이 하고 험한 말을 많이 하고 국민의 상식과 맞지 않은 말을 많이 하는데 이 정도 말 가지고 이게 과연 막말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박민영 대변인을 징계를 하면 본인을 징계하는 것과 똑같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