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한국 판매자 역직구 매출 3분기 연속 최고치…'K셀러' 성장세
신규 셀러 증가·글로벌 수요 회복·자동 리스팅 기술 확대가 견인 미국·영국·호주 중심 성장, 드론·트레이딩 카드·여성 패션 인기
해외 소비자들이 직접 국내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역직구' 시장에서 한국 판매자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이베이는 올해 3분기 한국 판매자들의 역직구 매출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2분기에도 10년 만의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경쟁력 또한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실적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신규 셀러의 증가가 꼽힌다. 이베이에 따르면 3분기 한국 신규 판매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늘어났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기술이 고도화되고 해외 판매 창구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역직구 시장만큼은 되려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판매자들에게 해외 진출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역직구 생태계 기반을 보완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점도 시장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해외 결제, 통관, 물류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려는 정책적 움직임 속에서, 한국 판매자들의 글로벌 진출 의지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매출 증가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국가는 미국이었다. 관세 부과 확대나 소액면세제도 개편 등 부담 요인이 있었음에도 현지에서 한국 상품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게 이어졌다. 그 뒤를 영국, 호주, 캐나다, 독일이 잇고 있다. 특히 '이베이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서비스는 한국 판매자가 미국 이베이 사이트에 올린 상품을 영국, 독일 등 다른 국가 이베이 사이트에도 자동 번역해 동시에 노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 판매자가 따로 국가별로 상품을 등록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해외 판매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드론, 트레이딩 카드,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그 중에서도 팬덤과 수집 시장에서 트레이딩 카드가 가장 큰 약진을 보였다. '포켓몬 로켓단의 영광' 한국어판 카드는 3분기 전체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며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독특한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품질이 전 세계 마니아층의 구매욕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베이는 지난달 17일부터 미국으로 보내는 상품에 대해 DDP(관세 선납) 의무 적용을 시작했다. DDP는 판매자가 관세나 세금 등을 미리 납부하는 방식으로, 해외 소비자는 배송이 도착한 뒤 따로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베이 측은 이를 통해 구매자 만족도를 높이고, 판매자 역시 관세 문제로 인한 배송 지연이나 추가 서류 처리, 반송 등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DDP 의무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판매자의 신뢰도와 구매 전환율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한국 판매자들의 입지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K콘텐츠의 인기,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 글로벌 소비자들의 취향 다양화가 어우러지면서 한국 셀러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의 자동 리스팅 기술과 물류 체계 개선이 역직구 시장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며, "이제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판매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직구는 이제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중소 셀러들도 실질적으로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시장의 확장성, 정보 접근성, 플랫폼 기반 인프라 개선이 이어지면서, 소규모 셀러 역시 직접 글로벌 수요와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판매자를 선호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