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 산업 전방위 '원가 쇼크'…기업들 '비상모드' 돌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커지는 불확실성... 유동성 대응 모니터링 강화

2025-11-19     권은주 기자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이 3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원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뒤 1,465원까지 오르자 정유·항공·철강·식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물론, 환헤지가 어려운 중소 제조업까지 부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원자재와 부자재, 설비 부품 대부분을 달러로 들여오는 구조 탓에 조달 비용이 즉시 원가로 반영되고, 납품 단가 전가도 더뎌 수익성 하락이 전방위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면세·유통·화장품 등 소비재 업종까지 충격이 번지며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전면 재점검하는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중소 제조업 원가·현금흐름 악화…납품 구조 탓 '전가 한계'

고환율 장기화는 중소 제조업에 가장 먼저 충격을 주고 있다. 플라스틱·화학소재·금속 판재·전자부품 등 핵심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고, 금형·설비 부품까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이 즉시 원가에 반영된다.

특히 환헤지 수단이 제한된 기업이 많아 환율이 5~10% 올라도 납품 단가 인상은 1~2%에 그치며 수익성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원자재 선결제 부담과 재고 확보 자금 수요가 늘면서 현금흐름 리스크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고환율 구간이 길어질 경우 생산 축소나 원재료 대체 등 비자발적 비용 절감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품질 저하·납기 리스크·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항공·철강·식품 등 업종별 원가 충격 확대

정유업계는 전량 수입하는 원유 가격이 환율에 직접 연동된다. SK이노베이션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천544억원 줄어든다고 제시했다.

항공업도 유류비(영업비용의 약 30%)·리스료·정비비 등이 대부분 달러 지출이며, 대한항공은 환율 10원 상승 시 외화평가 손실이 약 48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유연탄을 달러로 수입하면서 미국의 50% 부품관세 부과까지 겹쳐 원가 압박이 심해졌다. 식품업계 역시 밀·대두·옥수수 등 원재료 비용이 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환율 10% 변동 시 세전 손익 35억원, CJ제일제당은 세후 이익 13억원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면세·유통·화장품·패션까지 소비재·내수업종도 타격

환율 1,400원대 고착화로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일부 품목은 백화점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과 객단가 하락이 겹치며 주요 면세점들은 희망퇴직과 사업권 반납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유통업계는 수입육·원물 가격 상승에 대응해 비축·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달러·유로 기반 원료 가격 상승 부담이 있으나 K뷰티 수출 호조로 일부 상쇄되는 구조다. 패션업계도 원단·부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했지만 ODM 기업은 환차익 효과가 존재해 업종별 영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원부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중소기업이 고환율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어 환율 흐름과 기업별 충격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운영자금 지원과 함께 환율 변동 대응 교육·안내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은 구조적 요인이 큰 만큼 단기 처방에는 정책적 한계가 있다"며 "스마트팩토리 전환이나 연구개발 확대 등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는 장기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