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文, 지방선거 앞두고 '김어준 운영' 유튜브 '평산책방TV' 개설…명청갈등 가속 예고
'잊혀지고 싶다던' 文, 유튜버 데뷔로 정치활동 본격화 문재인-정청래-김어준, 지선 앞두고 친문 세력화 신지호 "文 유튜브 개설로 명청 갈등 가속화할 것" 친명 성향 커뮤니티 "조용히 있어 달라" 총선 당시 부산 지원에도 부울경 참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최초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잊혀지고 싶다'고 말했으나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와 탄핵 정국에서 꾸준히 정치적 메시지를 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둔 시점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것은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등판하면서 당내 친문 세력이 본격적으로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이 격화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잊혀지고 싶다던' 文, 유튜버 데뷔로 정치활동 본격화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 '평산책방'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브 방송에 직접 나온 건 처음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튜브 '평산책방'엔 전날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채널은 재단법인 평산책방이 기획했고 제작은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았다.
처음으로 공개된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현 목포대 특임교수)과 대담을 진행했다. 해바라기 씨를 수확하는 모습과 함께 '평산 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된 문 전 대통령은 첫 추천 책으로 강성민 외 75명이 지은 청소년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소개했다.
'이제는 집으로 간다'는 경남 청소년 회복 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76명이 참여한 작품이다. 청소년 회복 센터는 소년 보호 재판으로 보호 위탁 처분을 받은 청소년이 가정 복귀를 준비하는 곳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책이 많이 팔린다면 아이들에게 얼마씩이라도 인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시인이야, 시집도 나왔고 인세도 받았어' 해서 그런 자긍심을 세상에서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연관 추천 책으로는 박성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난 빨강', 류기인 창원지법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지은 '네 곁에 있어 줄게'를 골랐다.
이 영상은 공개 하루 만인 이날 오후 4시 20분 기준 5300개를 넘는 댓글이 달렸다.
여기엔 "소소하게 소통하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란다" "좋은 영상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 등 반응이 있었다.
신지호 "文 유튜브 개설로 명청 갈등 가속화할 것"
이처럼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대중과 소통에 나서자 그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당시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나 윤석열 정부 시절 꾸준히 정치적 메시지를 내왔다.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는 윤 정부의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두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 4월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는 "지난 3년은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며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튜브 채널 운영도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당내 친문계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정청래 당 대표는 대의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권리당원의 권한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천룰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명계와 갈등이 불거지며 이른바 '명청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친명 외곽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핵심 인사를 컷오프 하며 '명청갈등'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충남·경남·전남·전북 등 다섯 시도당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이끌 사령탑을 새로 선출했는데 대체로 친명 색채가 약하고 정 대표랑 가까운 이들이 많다고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친노·친문계인 정 대표를 배후에서 지원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채널A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한 의도로 유튜브를 시작했을 수 있다"면서도 "기존의 명청 갈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친명 성향 커뮤니티 "조용히 있어 달라"
총선 당시 부산 지원에도 부울경 참패
이 때문인지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는 소식에 친명계들도 쓴소리를 내고 있다.
친명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이재명은 합니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등에는 "퇴임했으면 조용히 있어 달라", "왜 대통령 순방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 "민주당 탈당하라" 등 비판 글이 잇따랐다.
이는 지난 총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부산 사상구를 방문해 배재정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했으나 배 후보는 물론 부울경에서 참패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탁현민 전 비서관은 18일 MBC 라디오에서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전 대통령을 가진 기억이 없다. 저는 문 전 대통령이 그런 대통령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그걸 마치 정치 현실에 관여해서 뭔가 의도를 갖고, 어떤 목적을 갖고 일하는 것처럼 혹은 행동하는 것처럼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그렇게 보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내년 지방선거 염두에 두고 유튜브 출연한 거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대단한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설사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책 소개해서 지방선거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문 전 대통령은) 책 얘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 얘기는 일절 안 하나'라는 물음에 "정치를 어디까지 보느냐는 모른다. 이를테면 '다들 계엄, 내란 극복하고 기운 내세요', 이것도 정치적인 발언이라면 발언일 수 있을 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하시는 말씀을 하진 않으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