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K컬처 여행' 본격 확대…관광공사, 이색 체험형 상품 15개 선봬
고스트 투어부터 K-푸드·해녀문화·전통예술 체험까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취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유명 관광지를 도는 단체 패키지가 유행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를 더 가까이에서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개별 여행객(FIT)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한국관광공사는 내년을 겨냥해 K-컬처에 특화된 여행상품 15개를 새롭게 기획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상품들은 단순한 관광 코스를 넘어서 각 지역만의 생활문화와 예술, 전통, 음식 등을 아우르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특히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무속, 오컬트 문화를 반영한 '신당동 고스트 투어'가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도보로 점집, 오래된 시장, 무속 관련 공간 등을 해설과 함께 둘러보며 한국인의 오랜 신앙과 도시의 변천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 새로운 K-컬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에 더 오래 머물고, 소비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프로그램도 강점이다. 부산에서는 흰여울문화마을을 중심으로, 다시마장아찌 만들기나 해녀촌 해산물 시식 등 어촌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스가 포함됐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음식의 뿌리를 배우는 방식이라,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예술과 생활문화를 접목한 체험도 한층 강화됐다. K-푸드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을 위한 도슨트 투어는 대표 한식의 역사, 재료, 조리 과정 등을 전문 해설과 함께 소개해, 단순한 시식을 넘어 교육적 요소도 담았다. 제주에서는 해녀문화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해녀의 작업 방식과 보존 노력,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 여기에 가야금 원데이 클래스, 전통악기 실습 등 한국 고유의 예술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관광공사는 이번에 선정된 15개 상품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이야기가 담긴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주요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내년부터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관광 로드쇼, 문화 교류 박람회 등에서도 이 상품들을 직접 선보이며, 글로벌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온라인 채널과 해외 파트너 플랫폼을 활용하는 디지털 홍보 전략도 병행해 접근성을 넓힐 방침이다.
관광업계에서는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기존 정보만으로는 특별한 경험을 찾기 어려웠던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유명 장소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일상과 문화, 지역 공동체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 현지 여행사와 협업을 통해 지역 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한다.
김종훈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일상적이고 살아있는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며 "운영사들과 협력해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한국만의 독창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체험형 관광상품이 앞으로 국내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가 '명소 방문'에서 '깊이 있는 경험'으로 옮겨가면서, 개별 여행객 중심의 K-컬처 상품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화, 음악, 웹툰 등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진 만큼, 이를 여행 콘텐츠와 접목한 상품의 수요도 함께 늘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정기적으로 지역 체험형 프로그램 공모를 진행하고, 우수 상품에 대한 컨설팅과 홍보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관광업계와 지자체, 소규모 사업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한국을 이해하는 방법이 점점 더 다양해진 요즘, 이번 K-컬처 여행상품 15선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지금'을 깊이 들여다보는 새로운 통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