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 "롯데카드 해킹은 소비자 보호 인식 부재…금융보안 전면 재정비해야"

2025-11-20     김지혜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롯데카드 해킹 사고에 대해 "소비자 보호에 대한 카드업권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금융보안 체계 전반의 대대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금융보안은 금융산업 신뢰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카드업계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20일 이 위원장은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을 비롯해 15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보안 문제와 결제시장 안정성, 건전성 관리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 마련된 공식 업계 회동이다.

이 위원장은 발언의 첫머리부터 롯데카드 해킹 사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9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는 지난 8월 해킹 공격으로 297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고, 이 가운데 28만 명의 고객 정보는 CVC(카드 뒷면 보안번호)까지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카드는 재발급 조치 등 후속 대응에 나섰으나, 조좌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다음 달 1일 사퇴할 예정이다.

그는 "카드사들이 다단계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통한 구조적 복잡성 속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하지 않았다"며 "손쉬운 영업 관행을 지속해온 점이 보안 취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PG를 통한 카드 결제 규율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 결제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카드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공공성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카드 산업은 의무수납제, 가격차별 금지, 소득공제 등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아 성장해온 산업"이라며 "가맹점과 회원 모두를 카드업의 소비자로 보고 상생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와 결제 시스템의 공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캐피탈 업계에 대해서도 제도 정비를 언급했다. 그는 "공유·구독 경제가 확대되는 만큼 렌탈 취급 한도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금융업권에는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투자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건전성 관리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그는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외부 차입에 치우쳐 있다"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압력과 차입비용 상승이 겹치는 상황에서 여전사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간담회에서 △미성년자 체크카드 발급 연령 확대 △후불교통카드 이용 한도 상향 △보험대리점·통신판매업 등 캐피탈의 새로운 부수업무 허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투자방식 다양화 등의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카드사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도 결제·인증 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바랐다.

이 위원장은 특히 고객 편익과 직접 연관된 제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산업의 신뢰는 소비자 보호에서 비롯된다"며 "정보보호 취약을 방치하면 금융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