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개인정보 피해자 배상 조정안 거부…법정 대응 예고

1인당 30만 원 지급 대신 소송 수순 전체 피해자 기준 배상액 최대 7조 전망

2025-11-21     이상명 기자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1인당 30만원 배상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번 결정으로 신청인들은 배상을 받기 위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에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담은 공식 문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 측은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사고 이후 회사가 취한 선제적 보상과 재발 방지 조치가 조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SKT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3천998명(집단분쟁 3건 3천267명·개인 신청 731명)에게 1인당 3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배상액 산정에는 유출 정보 악용으로 인한 휴대전화 복제 우려, 유심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불편 등 정신적 피해가 반영됐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지만, SK텔레콤이 조정을 거부함에 따라 신청인들은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아야 한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조정은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성립된다"며 "신청인들에게 불성립 사실을 통보하고 사건을 종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청인들은 앞서 조정안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분쟁조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법적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피해자 수백명을 대리해온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조정안 불성립으로 당연히 소송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SK텔레콤의 조정안 거부 결정 배경에는 전체 피해자가 동일 조건으로 조정을 신청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배상액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신청인 3천998명은 전체 피해자의 약 0.02%에 불과하지만, 이 기준을 전체 피해자 약 2천300만 명에 적용하면 총 배상액이 약 6조9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KT가 조정 수락 시 기업 재무 부담과 파급효과가 과도하게 확대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SK텔레콤 '해킹 사태'와 관련한 과징금 1천348억 원 부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대응 등과 맞물려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2014년과 2021년을 포함해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이번 조정안은 유출 피해자에 대한 실제 보상과 향후 재발 방지 조치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단순한 배상 문제를 넘어, 개인정보 관리와 기업 책임 범위에 대한 판례를 형성할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조정안이 거부되면서 법원이 기업의 선제적 조치와 피해자 보호 의무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향후 개인정보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번 조정안 거부 결정과 별개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자체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향후 내부 보안 강화,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점검,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과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통신사들도 내부 보상 체계와 법적 대응 전략을 재점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건은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의무와 소비자 권리 보호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SK텔레콤과 피해자 간 법적 공방은 단순한 배상 문제를 넘어, 국내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기업 책임 논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청인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 판결을 통해 기업의 책임 범위와 보상 기준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국내 개인정보 분쟁 처리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