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버티는' 다카이치, 中-日 갈등 악화일로…러·北 "日경고" 美·대만 "日지지" 한반도로 긴장 확산 되나
中, 항모 실사격훈련·日 수산물 수입 중지…추가 보복 카드 중국군 "명령만 내려지면 전장으로" 中외교부 "G20서 일본 총리와 회담 계획 없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도 취소 다카이치, 대만 발언 철회 없이 "정부 입장은 일관" 日자민당, '참수 언급' 中총영사 행사 보이콧 '중일갈등'에 러·北은 中 지원사격…美·대만은 日 지지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 영화 상영 연기, 수산물 수입 금지, 항공모함 배치 등 '한일령'의 강도를 높이며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까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일본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보복 조치를 당한 일본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파장이 한반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中, 항모 실사격훈련·日 수산물 수입 중지…추가 보복 카드
중국군 "명령만 내려지면 전장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에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중국은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 영화 상영 연기 등 '한일령'을 선포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등으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줄어들고 교류 행사도 연이어 취소·연기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상하이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CA163편은 매일 운항했지만, 이달 말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는 금·토요일만 운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기업의 중국 투자를 지원하는 '일중투자촉진기구'는 이달 25일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일부 일본 음악가들의 내달 중국 베이징·상하이 공연도 안전성 등을 이유로 취소됐고,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는 고교생 약 20명의 상하이 파견 프로그램을 중국 측 사정으로 중지했다.
특히, 최근들어 중국의 군사훈련도 빈번해지고 있다. 장쑤성 옌청 해사국은 17∼19일 서해 중부 일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면서 항행 경고를 발령했고, 장쑤성 롄윈강 해사국은 18∼25일 서해 남부에서 사격 훈련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항공모함 푸젠함의 첫 해상 실전훈련 사실을 공개하며 센카쿠 열도에서 군사 활동을 시사했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곳으로,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분쟁 지역화를 시도해온 곳이다.
중국군도 일본을 향해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군 남중국해 함대가 19일 공개한 영상에서는 무장한 군인이 "오늘 밤 전투가 시작되면 언제나 준비돼 있다"면서 "전우여 준비돼 있는가"라고 말한다.
또 그는 "명령만 내려지면 가슴 가득 뜨거운 피로 전장으로 달려갈 것"이라고도 외친다.
남부전구 공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건방 떨지 마(別太狂)'라는 제목의 랩 영상을 공개했다. 랩은 적들에게 "건방 떨지 마라. 혹독한 훈련과 정밀 비행으로 단련된 실력인데 너희가 여기서 함부로 날뛰게 두겠느냐"고 말하는 내용 등이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16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쉬융즈의 칼럼을 통해 "대만해협 정세에 무력 개입할 경우 일본 국민과 국가 모두 재난에 빠질 수 있다"면서 "(일본) 전국이 전쟁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국방부 소셜미디어 계정에 따르면 장빈 국방부 대변인도 14일 일본을 향해 "이판사판으로 행동할 경우 중국군의 철통같은 방비에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며 비참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지난 19일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중국은 일본이 2023년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오염수 방류 이전 수입을 금지했던 10개 광역지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나온 수산물 수입을 재개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하지만 다시 수입 중지 결정을 한 것이다.
中외교부 "G20서 일본 총리와 회담 계획 없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도 취소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공식적인 외교는 중단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본과의 정상 간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리창 총리는 일본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며 "일본은 자중하라"고 말했다.
이어 24일 마카오에서 예정됐던 '2025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개최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는 2007년부터 3국이 매년 순회 개최해온 고위급 문화 협력 채널로, 3국 간 문화 교류의 상징적 행사로 평가돼왔다.
마오 대변인은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 "극도로 잘못된 인식"이라며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쳤고, 전후 국제 질서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로 인해 한중일 협력의 분위기와 기초가 훼손됐고, 회의 개최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기든 일본과는 무관하다"면서 "대만 문제를 빌미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일본의 이익을 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대만 발언 철회 없이 "정부 입장은 일관"
日자민당, '참수 언급' 中총영사 행사 보이콧
이처럼 중국의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21일 관저에서 '대만 유사시' 발언을 철회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사태가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는 실제로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태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평화안전법제가 제정되던 당시 아베 총리 시절부터 정부가 반복적으로 설명해 온 것이며 나도 같은 답변을 거듭 말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날 발언은 문제가 된 발언을 명시적으로 철회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어 있다.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을 정부가 종합 판단하게 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 사태 악화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집권 자민당도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다카기 게이 외교부회장은 전날 당내 회의에서 당 본부가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관이 주최하는 행사 참석 자제를 각 광역지자체 지부 연합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쉐젠 주오사카 총영사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SNS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쉐 총영사 언급을 비판하고, 자진 출국 등을 비롯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 한 현 사태의 즉각적인 출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발언을 철회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 있는 로르샤흐 어드바이저리의 조지프 크라프트 금융·정치 분석가는 로이터에 "발언 철회는 정치적 자살이 될 것이므로 아마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수준까지 사안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중일갈등'에 러·北은 中 지원사격…美·대만은 日 지지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일본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과 대만은 일본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파장이 한반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1일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이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침략 전쟁은 아시아와 세계에 극심한 재난을 초래했으며 일본에도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겨냥해 공격하지는 않았으나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비판하는 중국 측 주장에 가세하는 공개 발언을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연례 토론에서 북한 대표 측은 "국제사회는 일본이 저지른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악질적 반인류 범죄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본은 자국의 역사적 범죄를 부인하고 배상을 완고하게 거부하며 심지어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대표 측 발언은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명의로 작성됐다.
반면 미국 대사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방침을 비판했고 대만 지도자는 일본산 재료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올리며 중국을 자극했다.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20일 도쿄 외무성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면담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 조치와 관련해 "중국의 전형적 경제 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일본 어업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글라스 대사는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도 "위압적 수단에 호소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끊어내기 어려운 악습 같다"며 "동맹국인 일본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일본산 수산물로 만든 초밥 사진과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에서 "지금은 일본 요리를 먹기 좋은 때"라며 말문을 연 그는 대만산 오징어와 일본 홋카이도산 가리비 등의 식재료가 들어간 초밥을 가리키며 "대만과 일본의 굳건한 우의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가고시마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홋카이도산 가리비는 2023년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로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했다가 2년여 만인 이달 초 재개하자 처음으로 출하됐던 품목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