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안두릴 ASV 협력, 무엇이 달라졌나...한국 조선·미국 AI 방산이 만난 '유무인 복합체계' 패러다임 전환

미 AI 방산기업 안두릴과 ASV 설계, 건조 및 AI솔루션 공급계약 체결 울산 HD현대중공업서 2026년까지 건조, 미국 및 글로벌 시장 선점 나서 "한·미 협력 함정개발의 새 전기, 전 세계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에 앞장"

2025-11-24     정철우 기자
사진=HD 현대

HD현대가 미국의 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 이하 안두릴)와 손잡고 자율 무인수상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HD현대는 최근 미국 안두릴과 자율 무인수상함(Autonomous surface vehicle, 이하 ASV)의 설계, 건조 및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계약 체결식에는 HD현대중공업 주원호 사장(함정·중형선 사업대표)과 안두릴의 팔머 럭키(Palmer Luckey) 공동설립자가 참석했다.

HD현대가 미국의 AI 방산기업 안두릴과 손잡고 자율 무인수상함(ASV)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단순한 건조 계약을 넘어 한국 조선 산업의 정체성과 미국 차세대 방산 생태계가 결합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D현대는 그동안 상선·해양플랜트·전통적 함정 건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지만, 자율운항·AI 기반 결합 기술을 앞세워 방산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계약을 통해 구체화했다.

이는 정기선 회장이 올해 여러 자리에서 강조한 '조선+AI 결합을 통한 미래 함정 사업' 전략이 실제 글로벌 고객과의 계약으로 연결된 첫 결과물로, HD현대가 단순 제조를 넘어 기술 중심 방산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력 상대인 안두릴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중심 방산 기업으로, AI 기반 전장 네트워크·자율 임무 알고리즘·센서 통합 기술에 강점을 가진 미국 국방부 주요 파트너다.

전통적 방산 대기업 위주의 미국 시장에서 안두릴은 '혁신 속도'를 무기로 성장하는 신흥 강자인데, 그 안두릴이 ASV 첫 건조 파트너로 한국의 조선소를 선택했다는 점은 한국 기업이 미국 차세대 방산 플랫폼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첫 사례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울산 조선소에서 ASV 시제함을 건조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안두릴은 플랫폼을 설계하고 임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최적화된 기업일 뿐 대규모 함정 생산 인프라는 보유하지 않는다. 반면 HD현대는 초대형 상선부터 군함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울산 야드를 통해 ASV를 실제 전력화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AI 중심 방산 벤처 + 한국식 대규모 제조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방산협력 모델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더 큰 의미는 세계 해군의 전략 변화와 시장 구조에도 있다.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해군이 추진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는 단독 무인정이 아니라 유인함정과 무인 플랫폼을 결합하는 미래 작전의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Allied Market Research가 예상한 2032년 27억 달러 규모는 단순한 성장 예측이 아니라 작전 개념 자체의 대전환을 반영한다.

HD현대와 안두릴의 협력은 이 시장을 한국 기업이 조기에 선점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KDDX 사업 논란으로 국내 함정 기업들이 정치·절차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협력은 국내 조달 중심 구조를 넘어 해외 기술 협력형 수출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실질적 '탈출구'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방산 플랫폼 시장은 세계 최대이지만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영역으로, 그동안 한국 기업은 부품·모듈 공급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ASV 프로젝트는 미국 기업이 기술을 주도하고 한국 기업이 설계·건조를 담당해 공동으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구조여서 한국 기업이 미국 방산 플랫폼 시장에 사실상 '공동 개발자'로 진입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종합하면 이번 협력은 한국 조선 산업의 미래 정체성을 단순 제조에서 AI·자율운항 기반 방산 기술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사건이며, 미국의 AI 기반 방산 생태계와 한국 조선 기술이 결합하는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세계 해군의 전력 패러다임 변화와 무인·자율화 가속이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출발점이자, 한국 방산·조선업이 새로운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