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 '샤힌 프로젝트' 한국 석유화학 산업 구조까지 흔드는 전략적 투자
정유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화학기업으로의 대전환 TC2C·스팀크래커 기반의 수직계열화, 원가 경쟁력 혁신 국가 공급망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는 울산 밸류체인 효과
S-OIL이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를 내년 상반기 기계적 준공 단계까지 끌어올리면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이 본격적인 결실에 다가섰다. 단순히 대규모 투자를 완료한다는 의미를 넘어, 정유 중심 기업에서 고부가가치 화학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에너지·석유화학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조적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EPC 공정률 85%를 넘긴 샤힌 프로젝트는 TC2C 신기술 기반의 원료 전환 능력, 최대 규모 스팀 크래커, 연산 180만 톤의 에틸렌 생산체계를 통해 S-OIL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바꿀 핵심 인프라다.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바꾸는 TC2C 기술은 기존 분리·분해 공정보다 단순한 구조로 높은 수율을 구현해 원가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는 정유·화학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려는 S-OIL 장기 전략의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정유제품 수요가 정체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S-OIL이 화학 비중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샤힌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핵심은 '내부 조달 기반 원료 체계'다. 스팀 크래커에서 생산하는 에틸렌(180만 톤), 프로필렌(77만 톤), 부타디엔(20만 톤) 등의 기초유분 중 상당량이 자체 폴리머 공장으로 투입돼 LLDPE·HDPE 등 고수요 플라스틱으로 가공된다. 기존에는 정유–화학 간 연계가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로 S-OIL은 사실상 완결된 화학 밸류체인을 갖추며 수익 변동성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화학 비중 확대는 글로벌 경기 둔화·정유 마진 변동에 취약한 기존 사업 구조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석유화학 업황 회복기에 폭발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한 레버리지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지역 산업단지와의 밸류체인 결합 효과 역시 S-OIL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울산·온산 국가산업단지는 에틸렌·프로필렌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 안정성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혀 왔다.
샤힌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기초유분이 장기 공급 계약과 신규 배관망을 기반으로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직접 전달되면, 국내 다운스트림 기업들의 원가 부담 감소·가동률 안정화·수입 대체 등 지역 산업단지 전체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간다. 이는 S-OIL이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국가 석유화학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 된다.
S-OIL이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병행 중인 프리마케팅 전략도 샤힌 프로젝트의 수익성 고도화와 연결된다. 일본 등 수요 증가 지역을 겨냥한 선제적 고객 확보와 아람코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은 새로운 수출 성장축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람코의 글로벌 판매망과 연동되는 순간, S-OIL의 석유화학 제품은 동북아–중동–동남아를 잇는 광역 공급망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S-OIL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자산이 된다.
궁극적으로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정유사업에 기대는 기업'에서 '화학 중심 포트폴리오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가 수요 둔화와 수급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S-OIL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단기 업황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관점에서의 선택이며, 이는 "경쟁력 확보→수익 확대→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TC2C 상용화, 내부 원료 공급 체계, 대규모 모듈화 공정, 다운스트림과의 직접 연결, 해외 수출 채널 확보 등 이번 프로젝트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 설비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S-OIL은 이미 RUC·ODC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화학 통합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으며, 샤힌 프로젝트는 그 완성판에 가깝다. 향후 가동이 본격화되면 회사의 매출 구조는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순이익 변동성이 크게 낮아지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포스트 정유'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샤힌 프로젝트는 S-OIL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회사 자체의 미래 성장성을 완전히 다른 단계로 끌어올리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