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美·아세안 넘어 남미로 확장…화장품·헤어케어 신시장 급부상

한국무역협회, 남미 뷰티 수입 4년 연속 성장 한국제품 수출 4배 확대, 현지맞춤 공략 필요

2025-11-24     이상명 기자
[사진=연합뉴스]

한국 화장품이 미국과 아세안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남미 시장이 K-뷰티의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남미 전역의 뷰티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4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남미 뷰티 수입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미 국가들의 뷰티 제품 수입 규모는 지난해 기준 41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연평균 4.7%씩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글로벌 경기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소비 기반을 가진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품목별로는 화장품이 전체 수입의 3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향수(23.1%), 헤어케어 제품(19.4%) 순으로 나타났다. 스킨케어뿐 아니라 향수·헤어 제품 수요가 고르게 확대되며 시장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한국의 남미 수출 실적도 두드러진다. 한국산 뷰티 제품의 남미 수출액은 2020년 1천53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천20만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미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순위는 17위에서 13위로 상승했고, 시장 점유율은 0.7%에서 1.6%로 확대됐다. 전통적 강자였던 북미와 동남아 중심의 구조에서 남미까지 외연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곡선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수출 품목 구성은 화장품이 90% 이상을 차지했고, 이어 샴푸·린스 등 헤어케어 제품이 6.5%로 집계됐다. 남미에서도 피부 미백, 재생, 항노화 기능성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화장품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전체의 45%로 한국 제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나타났다. 칠레(23.2%), 콜롬비아(9.4%), 페루(8.0%) 등이 뒤를 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중산층 확대와 온라인 유통 채널 증가가 결합되며 K-뷰티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남미 시장의 성장성이 충분하지만 국가별 선호도 차이가 뚜렷해 세분화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의 경우 성능 중심에서 벗어나 친환경, 비건, 지속가능성 등 가치를 강조하는 소비 트렌드가 강해지는 만큼, 브랜드 철학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마케팅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헤어케어와 치약 등 생활형 제품은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숏폼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적일 것으로 제시됐다. 남미 소비자들은 뷰티 트렌드를 SNS에서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경향이 있어, 시각적 효과가 높은 짧은 영상 콘텐츠가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향수 시장은 커피·코코넛 등 지역 특색이 강한 원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 니치향수 기반의 전략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 제품의 섬세한 제형 기술과 현지 원료의 향을 결합하면 차별화된 브랜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류 콘텐츠가 남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K-뷰티 확장의 긍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K-팝과 드라마 인기가 높은 브라질·페루 등에서는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 비중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남미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인디 브랜드부터 중견기업까지 현지 유통사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브라질·칠레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온라인 직판 채널 구축을 검토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지 생산 혹은 OEM 방식 협력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며 시장 진입 방식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뷰티 전문가들은 남미 시장은 단순히 수출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확대의 기회라며 기능성 화장품 규제, 유통 구조, 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검토해 체계적인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화장품은 기술력, 트렌드 대응 속도, 가격 경쟁력 등 강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에서의 입지를 넓혀왔다. 남미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K-뷰티가 기존의 북미·아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