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대, 집 없는 세대?…무주택 53만 가구 역대 최대

급등한 집값·대출 규제·1인가구 증가가 구조적 요인 주택 소유율 25%대로 추락하며 자가 진입장벽 더욱 높아져

2025-11-24     이상명 기자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가구 가운데 무주택 가구가 53만 가구를 넘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집을 가진 30대는 18만 가구 수준에 머물러 양측의 격차는 사상 가장 크게 벌어졌다. 서울의 30대가 '내 집 마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세대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30대 무주택 가구는 52만7000여 가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만7000여 가구 늘어난 수치로, 2015년 관련 통계가 구축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2018년까지 감소했던 무주택 가구는 2019년부터 6년 연속 증가했고 특히 최근 2년 사이에는 매년 1만7천 가구 이상이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반면 서울에서 집을 소유한 30대 가구는 18만3000여 가구로 전년 대비 7000여 가구 감소했다. '20만 가구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며, 감소세도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무주택 가구가 주택 소유가구의 약 3배에 달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택 소유율로 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서울 30대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25.8%로 나타났다. 2015년 33%대 수준에서 꾸준히 하락해 2020년 30%를 밑돌았고, 2022년에는 29%대, 지난해는 25%대까지 내려왔다. 전국 평균(36%)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서울 집값이 지속해서 상승한 가운데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강화가 청년층의 주택 구매 능력을 크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특수한 인구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혼인·출산이 늦어지고 1인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주거 수요는 오히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은 전·월세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사회초년생이 모으기 어려운 초기자금과 높은 대출 문턱은 첫 주택 매입을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규제 강화 이후 "현금이 많은 이들만 집을 살 수 있다"는 청년층의 현실적 어려움이 공공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은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만 19~39세 무주택 1인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이 자가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주거 안정을 통한 삶의 기반 구축, 미래 자산 형성, 지역 정착의 필요 등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주택 구입자금 지원과 전세자금 지원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공공임대·공공분양 확대에 대한 요구도 꾸준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세대 단위 현상이 아니라 서울 주거 구조 자체의 변화를 시사한다. 30대는 소득이 늘기 시작하는 시기이며 주거 안정을 통한 자산 형성의 중요한 출발점에 놓여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이 출발선에 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주택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자가 비율이 20%대로 떨어지면서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주거 시장이 '자산 기반으로 진입을 결정하는 구조'로 굳어지며 계층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 대출 규제로 구성된 삼중 구조 속에서 체감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졌고, 주택시장 자체가 청년층에게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30대의 무주택 급증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세대의 삶과 도시의 구조가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 집 마련'이 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주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해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