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무원 '복종 의무' 76년만에 사라진다 "위법 명령 거부 가능"…12·3 비상계엄 후속조치

12·3 비상계엄 계기 본격 개정 추진…1949년 도입 이후 문구 첫 삭제 최동석 인사처장 국감서 "공직자 복종의무 개선·불복 절차도 마련"

2025-11-25     김승훈 기자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6년간 이어진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사라진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상관의 위법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관련 기존 법에 담긴 '복종의무'를 삭제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의무가 있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당시 도입된 '공무원의 복종 의무'는 여러 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행정 조직의 효율적·통일적 운영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금껏 유지돼 왔다. 

이후 인사처는 '복종 의무' 조항을 순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 위법한 명령이 지휘계통을 타고 군과 공무원 실무자들에게 전해진 것이 확인되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이 '12·3 내란이 성공하지 못하고 헌정 질서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군경 등 공무원들이 부정한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응대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자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맞다. 그래서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처장은 "명령·통제 시스템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대화와 토론, 가장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민주적 방식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조만간 법제처와 함께 입법예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국민에게 헌신하고 열정을 다하는 공직 여건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충직한 공직사회 구현을 위해 명령과 통제에 기반한 복종의 의무를 개선하고, 상관의 위법한 지휘와 명령에 대한 불복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인사혁신처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담은 국가공무원법 57조에서 복종의무를 빼고 지휘·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순화한다.

또 구체적 직무 수행과 관련한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의견제시·이행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아울러 56조의 '성실의무'를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변경하고,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인사처는 "개정안은 공무원이 명령과 복종의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해나가도록 하는 한편,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선 이행을 거부하고 법령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해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