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지방선거] 여야, 지선 핵심은 '당심' 공천…당내 반발에도 '강성지지층' 결집 노림수

지방선거 앞두고 여야 모두 '당심' 앞세운 '충성 경쟁' 일색 강성 기반으로 당선된 여야 당대표…차기 노린다는 지적도 민주당, 권리당원 100% 예비경선 추진…내부결속 초점 與, 당내 반발에 당헌 개정안 최종 처리 일주일 미뤄져 국힘, 당심 50%→70% 상향…"당세 확장이 선거 과제" "당심 70%는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재고해야" 비판 나와

2025-11-25     김성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사진=연합뉴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나란히 '지지층 중심'의 공천 룰을 내세우면서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극단정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진영 중심 체제'를 통한 결집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 중도층 이탈과 민심과 당심 간 충돌을 부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권리당원 '1인 1표제' 예비경선,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당원투표 반영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여야 모두 공천 기준을 '민심'보다 '당심'으로 이동시키면서 강성 지지층 결집을 통한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심을 우선으로 살펴야 하는 지방선거가 당을 향한 충성도에 좌지우지되는 당심 선거로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여야 당대표 모두 강성 지지층 결집으로 인해 당선돼 민심보단 당심에 치우치고 있다. 특히 이런 모습을 두고 차기 당권을 노리며 특정 지지층에 의존하고 있단 비판 어린 시선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권리당원 100% 예비경선 추진…내부결속 초점

민주당은 대의원의 권리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1인 1표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정 대표가 지난 8월 당대표 경선 당시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운 공약이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20대1 미만으로 하고 있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선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의 권한을 가져 대의원 1표가 가지는 힘이 막강했다.

민주당은 '1인 1표제'를 도입해 예비경선에서는 권리당원 100% 투표, 본 경선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원 여론조사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한다.

'1인 1표제' 도입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1표가 같아져 경선에서의 대의원제도가 의미가 없게 된다. 당원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호남지역과 특정 성향 지지층 의사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반영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1인 1표제'가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카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충청과 영남, 호남 등 전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에서 경선 후보였던 박찬대 의원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대의원 투표에선 46.91%를 얻어 박 의원에게 밀렸고, 권리당원 투표에서 보인 큰 차이로 인해 압승하며 당권을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부재한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정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시절 원외위원장들도 1인 1표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이 대통령까지 거론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위원회에서 논의될 '당원 1인 1표제' 관련한 이언주 최고위원의 제고 요청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당내 반발에 당헌 개정안 최종 처리 일주일 미뤄져

정 대표의 '1인 1표제'를 두고 당내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당헌 개정안 최종 처리를 이번 달 28일에서 다음 달 5일로 일주일 미뤘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일부에서 우려를 제기하며 보완책 논의를 위해 개정안 최종 통과를 위한 중앙위원회를 오는 28일에서 12월 5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1인 1표제 당헌 개정은 오는 28일 중앙위를 통과하면 확정될 예정이었다.

당무위에서는 1인 1표제 도입을 두고 격론이 오갔으며 당헌 개정이 숙의 없이 추진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당무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정 대표가 중앙위 일정 수정안을 직접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것을 다 수용해서 논의 시간을 더 갖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무위에 앞서 열린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절차와 시기, 정당성을 문제 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운영해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폐지하는 게 맞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친명 최대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22일 논평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가치를 1대1로 바꾸는 개정 방향에 대해 당원들과의 소통과정이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2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태 진화에 나서며 "1인 1표제는 정 대표만 추진한 게 아니고 민주당의 이어달리기"라며 "2022년 때도 그랬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도 그랬고, 2023년 혁신위에서도 (얘기했던 사안)"이라고 말하며 오랜 기간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주장했지만 당내 반발로 인해 중앙위 개최가 미뤄지며 당분간 당이 경선 룰을 두고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5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힘, 당심 50%→70% 상향…"당세 확장이 선거 과제"

국민의힘도 당심을 과다 반영해 "폐쇄적 정당으로 갈 수 있다"는 당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6·3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일 방침이다. 장 대표 역시 25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의 당심 비율 상향에 힘을 보탰다.

'선 지지층 결집, 후 중도 확장'이라는 장 대표의 기치에 따라 당심 상향은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 대표의 경우 민주당보다 더 강력 지지층인 극우세력을 등에 업고 당선돼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당무 참여도, 대여 투쟁력 등을 경선 후보가 갖춰야 할 자격으로 제시하며 "이길 수 없다면 싸워 이길 전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말로 당 충성도 중심의 공천 원칙을 시사했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대변인인 조지연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현역 국민의힘 시장·군수·구청장 연석회의를 마친 뒤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반영 비율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우리 당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도 지방선거의 최대 과제"라며 "(당원 모집 등 당 기여) 노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라도 당원 비율을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건의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여론을 많이 반영하는 것도 맹점이 있다"며 "인지도 높은 후보가 일반 여론에서 높게 나오는 게 그간 선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 기여도 강화와 당원 비율 강화가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 '당심' 비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나경원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은 "뿌리를 튼튼히 하면서도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며 "지방선거 승리가 이재명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23일에도 "당세 확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며 중도층에 소구하기보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심 70%는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재고해야" 비판 나와

25일 열린 연석회의에선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민주당의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반면교사 사례로 언급하며 '민심 반영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중도층을 겨냥한 '대중성'을 얻지 못할 경우 선거 패배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석회의에서 최진봉 부산 중구청장은 "민주당처럼 '개딸(개혁의 딸)당'이 될 게 아니라 국민들 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구청장들도 이에 동의하며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5선인 윤상현 의원도 25일 페이스북에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방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이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이라며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 불과하다. 출렁이는 민심 앞에서 돛만 갈아단다고 항로가 바뀌지 않는다"며 "항로를 바꾸려면 방향키를 잡아야 하고, 정치의 방향키는 민심이다. 민심이 떠난 자리를 당심으로 채우는 것이 과연 승리의 전략이 될 수 있겠나. 확장의 길이 되겠나"라고 재차 반문했다.

이어 "당심은 중요하지만 민심이라는 방향과 균형을 잃게 되면 우리 당은 좁고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큰 시기일수록 우리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겸허하게 민심을 따라야 한다. 당원투표 비율 상향은 재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초선인 김용태 의원도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민주당은 당원 1인 1표제라는 폐쇄적 논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힘은 열린 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지지층만 보는 정치가 아니라 유권자 지향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0%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