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민주, '자사주 1년내 소각 의무' 3차 상법개정안 연내 처리 예고…재계 "경영 위축 우려"

與 "자사주 마법 퇴출시킬 것" 3차 상법개정 드라이브 자사주 보유 하러면 매년 주주총회 승인 필요 재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 62.5%…경영권 방어 약화 우려 "개정상법으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이익 증대 효과"

2025-11-26     김승훈 기자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이어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강화해 온 꼼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경영권 방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가에서는 3차 상법 개정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증대 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마법 퇴출시킬 것" 3차 상법개정 與 드라이브

자사주 보유 하러면 매년 주주총회 승인 필요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번에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자사주 마법을 우리 자본시장에서 퇴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사주 마법'은 회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가 추가적인 자금 출연 없이 신설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앞서 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전날 자사주를 취득한 날부터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기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자사주를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에게 처분하면서 지배력 강화를 이유로 한다며 공공연하게 시장을 우롱하는 등의 방식은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쌓여 있었다"며 "특위 차원에서 원내 지도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 의원이 발의한 3차 상법 개정안은 △임직원 보상 목적 △우리사주제도 시행 △신기술 도입 및 전략적 제휴 △재무구조 개선 등 자사주를 보유하려면 반드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매년 얻도록 했다. 이같은 승인 없이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지 않으면 이사 개인에 대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법 시행 후 6개월의 추가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배당권 등 모든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했고, 자사주를 질권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뒀다.

합병·분할 과정에서도 회사 또는 피합병·분할 회사의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금지 규정을 신설했으며, 자사주를 처분할 때는 원칙적으로 모든 주주에게 주식 수에 비례해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도록 했다.

오 의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자사주 소각 의무 등을 어긴 이사에 대한 조치로 "개인에 대한 과태료만 부과되는 건 아니다"라며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면 신주발행 절차를 멈추도록 하는 신주발행 유지 청구 등 절차적인 규정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을 함께 발의한 코스피5000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기업의 재량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에 대한 보완책이 있는지 묻자 "경영권 방어가 주된 목적이 아니고 주주환원 정책으로 하는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 문제는 재계와 간담회할 때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재계가 요구하는 것들을 적극 수용해 입법 후속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위는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해당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은 법 공포 후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재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 62.5%…경영권 방어 약화 우려

이처럼 여당이 3차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자 재계에서는 앞서 1, 2차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 우려를 반영한 보완 입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3차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의 10곳 중 6곳은 3차 상법 개정안의 골자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게 될 경우 80% 이상의 기업이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관련 기업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중립적 입장'은 22.8%, '도입에 찬성한다'는 14.7%에 그쳤다. 

여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입법 작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여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을 보면 김현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선 신규 자사주는 취득 즉시, 기존 자사주는 6개월 이내 소각을, 민병덕 의원안에선 1년 이내에 소각하되 자사주가 발행주식의 3% 미만인 경우 2년 이내 소각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이어 '경영권 방어 약화'(27.4%), '자기주식 취득 요인 감소해 주가부양 악영향'(15.9%), '외국 입법례에 비해 경영환경 불리'(12.0%) 등의 순이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유인은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취득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60.6%였고 '취득계획 있다'(14.4%), '취득 검토 중'(25.0%) 등의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취득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인 39.4%의 기업 중에서도 향후 취득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은 56.2%였고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은 36.5%, 자기주식 취득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7.3%에 그쳤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입법화될 경우 사실상 응답 기업의 80% 이상이 자사주 취득을 안 하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대한상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의는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 후 1~5일간의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p 높고,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 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각 11.2~19.66%p, 16.4~47.91%p 높아 주가 부양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선 향후 취득하는 자기주식뿐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소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응답 기업의 67.6%는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 소각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20.3%는 기존 보유 자기주식에 대해 소각이 아닌 처분 의무만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기존 자기주식 중 '배당가능이익 내 취득 자기주식만 소각하고 합병 등 특정 목적 취득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소각 의무를 배제'(23.0%)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기존 보유 주식도 소각 의무 전면 부과'하자는 의견은 9.4%였다.

응답 기업의 79.8%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신규 취득 자기주식에 대한 처분 공정화'에는 동의했다. 현재 신주발행 시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는데, 자기주식 처분도 이에 준해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상의는 해외 주요국 중 자기주식 보유 규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영국, 일본 시총 상위 30위 기업 중 58개 사(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평균으로 비교해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95%)이 낮다고 강조했다.

"개정상법으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이익 증대 효과" 

반면, 금융가에서는 3차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일부 기업들이 수익성이 좋은 '알짜'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거나 연결돼 있던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하는 '중복상장'에 자사주가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중복상장은 통상 모회사의 주가상승을 제약하는 이유로 지목되어 왔다. 

문제는 한국 증시에서 이러한 중복상장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데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한국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미국(0.05%)의 360배에 달한다. 일본 4.02%, 중국 2.42%, 대만 2.71%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 과세의 통과는 실질적인 주당순이익(EPS)와 배당금(DPS)의 상승과 세금 절감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증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 밸류업 2.0과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이 본격 시행되며 자사주 소각·연결배당제·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것"이라며 "배당성향 상향, 비핵심자산 매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강화 등이 주주친화정책 확산을 뒷받침하며 기관투자자 중심의 거버넌스 평가 투자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러한 분할 방식은 대주주가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자회사 동시상장 구조를 고착화해 기업가치 할인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 주도하의 거버넌스 개혁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2024년 기준 한국은 전세계에서 3번째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많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국내 토종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연대, 연기금,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주주행동주의는 국내 기업의 밸류업으로 연결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