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소처럼 인내력 갖고 코로나19에 맞서야

현재 경남 함양군에 있는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하얀 한우인 백우 25마리를 기르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현재 경남 함양군에 있는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하얀 한우인 백우 25마리를 기르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올해 2021년은 신축(辛丑)년 소띠해다. 여기서 신(辛)이 오방에서 흰색에 해당해, 올해는 구체적으로 하얀 소띠해로 부른다. 예로부터 하얀 소는 상서로운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민속학자들은 올해를 좋은 일과 복이 들어오는 해로 내다보고 있다.

소는 대표적인 가축이다. 확인된 가장 오래된 집소에 대한 흔적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기원전 4500년 경 할라프기 유적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소가 가축으로 바뀐 시점은 이보다 더 빠른 기원전 5000년에서 7000년까지로 추정되고 있다.

생구, 사람 대접할 만큼 존중 받은 소

농경사회에서 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자원이었기 때문에 많은 문화권에서 도살과 먹는 것을 금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집소는 풍요로운 농경 여신의 신성한 짐승으로 숭배돼 도살을 금지하고, 제물로만 바쳐졌다.

우리나라에서 소는 생구(生口)라고도 불렀는데, 생구는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말한다. 사람대접할 만큼 소를 존중했다는 뜻이다.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소가 재산으로도 큰 역할을 해서다.

기계 기술이 발달한 2021년에는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를 팔아서 자녀를 대학에 보낼 정도로 소는 중요한 일꾼이자 재산목록이었다. 

1980년 600kg 소 한 마리 가격은 118만 원 정도로 당시 국공립대 1년 평균 등록금은 34만 원으로 4년치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년 등록금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4월 29일에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등록금은 국공립대가 418만 원, 사립대가 748만 원이었다.

3일 농촌진흥청이 멸종위기에 처한 하얀 소(백우)를 선보였다. 한우 하면 대부분 누런 소(황우)를 떠올린다. 그런데 1399년 발간된 조선시대 수의학서인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칡소와 흑우, 백우, 청우, 황우 등 다양한 털색을 가진 한우가 존재했다. 이렇게 다양했던 한우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털색 개량 방향에 따라 황색으로 고정됐다. 이에 따라 누런 소를 제외한 나머지 소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09년 정읍과 대전에서 백우 암소 2마리와 수소 1마리를 수집했다. 이후 인공수정과 수정란 이식 등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개체 수를 늘려, 현재 경남 함양군에 있는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25마리를 기르고 있다. 

가축유전자원센터는 연구를 통해 백우가 황색 한우와 같은 계통이지만 백색증(알비노)으로 털이 희고, 외래 품종인 샤롤레와 전혀 다른 우리 고유 한우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멸종위기 단계인 백우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우리나라 품종으로 등록돼 있다.

최근 소가 방귀와 트림으로 내놓는 메탄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최근 소가 방귀와 트림으로 내놓는 메탄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소가 방귀와 트림으로 내놓는 메탄, 지구온난화 심각

그런데 이렇게 인류에게 유용하게 쓰인 소가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400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소들이 온실가스의 18%에 대한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소는 방귀와 트림을 통해 메탄가스를 방출하는데, 500kg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메탄가스를 최대 50kg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은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가스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에 30배 정도 더 영향을 준다. 과학자들은 소에게서 발생하는 메탄 양은 사료 구성에 따라 달라지며, 사료에 마늘을 섞으면 양을 5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소는 다른 동물보다 덩치가 커 움직임이 느리고,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쇠귀에 경 읽기’와 ‘황소고집’ 같이 부정적인 말에도 소가 등장한다. 몇 년 전에는 소에게서 발생한 광우병이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다는 우려로 세계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열 두 동물 중 소는 자신이 느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장 일찍 출발하는 부지런함을 선보이며 두 번째 동물로 선정됐다. 2020년 질병을 잘 옮기는 매개체였던 쥐띠해가 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제약은 올해도 여전할 것이다. 2021년 우직하지만 성실한 소처럼 인내력을 갖고 코로나19에 맞선다면, 상서로운 기운을 가진 하얀 소가 복을 가져오지 않을까.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