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 상관없이 국정원 개혁 행보 멈출 수 없어”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8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한 대학생, 교수, 국민이 함께하는 제11차 범국민 촛불대회7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후 열린 첫 국가정보원 규탄집회였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공안정국에 시민들의 기세가 꺾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지만, 주최 측 추산 2만여명(경찰 추산 2천여명)의 촛불시민들은 광장을 가득 메우고 국정원 개혁이 아닌 국정원 해체를 힘주어 외쳤다.

기조발언에 나선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은 우리가 국정원을 그대로 둔다면 그들의 불법적인 범죄행위는 언제든지 또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우리 국민들이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우리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힘빠져 하는 분들이 많다하지만 이 사건은 범죄 성립의 어려움으로 인해 끊임없이 새로운 증거를 요구받고 있고 녹취록은 작성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등 그 실체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별 것 아닌 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한국독립당부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까지 그간 정부가 관여한 내란음모 사건이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났던 역사적 교훈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설사 이 사건이 실체가 있는 사건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국정원 개혁의 행보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이날은 특히 촛불집회에 참가한 여러 대학 교수들의 자유발언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학자로서의 양심과 철학을 걸고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 큰 환호를 받았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빨간 표지의 책을 보여주며 이 빨간 책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찍어낸 대한민국 헌법이다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 책의 표지처럼 붉은 주장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헌법 72항에 모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했다헌법은 공무원인 국정원에게 정치적 중립을 명령했지만 국정원은 댓글을 특정 정당 후보에 유리한 댓글을 수백·수만 번 자행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최 교수는 민주주의의 최소조건은 공정한 선거이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제정했다공무원인 선관위는 뭐했나. 지난 대선 때 선관위는 직무유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부정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유신이며 대통령이 쿠데타를 한 것이라며 요즘 식으로 말하면 반 국가행위를 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당시 저는 죽은 문서에 불과한 헌법을 보지도 않고 믿지도 않았다그러나 우리는 87년 민주화투쟁을 통해서 헌법이 죽은 문서가 아니라 우리 살아있는 삶의 기본 원칙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 헌법을 우리가 되찾아야 하고 그걸 위해서는 국정원은 해체해야 한다. 우리가 87년의 국민들처럼 주권자로 우뚝 서야한다만약 현 정권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고 물타기로 일관하게 되면 결국 대통령은 방 빼야 할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

홍성학 전국 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그래서 이렇게 촛불을 들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홍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부정선거를 뛰어 넘는 대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 나섰다. 민주주의가 파괴되면 우리 민초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그동안 우리는 잘 봐왔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어서 촛불을 들고 이 자리에 나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 해체를 넘어서서 새누리당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중앙선관위는 국민의 손으로 선출직으로 해야 하고 경찰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부위원장은 국정원만 얘기해서는 결코 안 된다이번 부정선거에 관여했던 당은 다음 대선에서 출마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시민들은 홍 수석부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에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올렸다. 곳곳에서 새누리 해체’, ‘국정원 해체’, ‘박근혜 하야와 같은 구호들이 1분 가까이 터져 나왔다.

이후에도 시민들과 대학생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참가시민들의 공감을 얻었으며 노래공연, 풍물놀이 등 다양한 문화공연들도 이어져 910분경에 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시국회의는 오는 13일의 금요일은 국정원 잡는 날이다라며 그날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12차 범국민 촛불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국회의는 정부가 공안정국 조성으로 촛불을 끄려고 했다면 민심을 정확히 못 읽은 것이라며 국정원, 경찰, 박근혜 캠프의 커넥션 의혹을 규명할 때까지 시민들의 촛불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 사진: 폴리뉴스 이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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