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대학 진학률, 해법은 무엇인가

2013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0.7%였지만 청년 실업, 중소기업의 구직난은 여전하다. 높은 대학 진학률이 낮은 실업률을 보장하지 않는 것.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이지만 일자리 미스매칭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9월 4일 교육부는 ‘2013년 교육기본통계’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는 63만1,197명이다. 이중 전문대를 포함해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44만6,474명이다. 올해 2월 졸업생 대비 대학 진학률은 70.7%였다.

1990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27.1%였다. 2013년 대학 진학률은 1990년에 비해 약 3배 정도 상승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거의 매년 상승했다. 2000년 62%, 2005년 73.4%, 2009년 77.8%를 기록했다. 2010년 75.4%, 2011년 72.5%, 2012년 71.3%, 2013년 70.7%로 최근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한국에서 대학이란 ‘무조건’? 

올해 7월 29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대학생의 실제 전공과 희망전공간 불일치 실태와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조사’의 2010년 졸업자 1차 조사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4년제 대졸자의 경우 37.9%, 전문대의 경우 45%였다.

‘묻지마’ 대학 진학으로 인해 전공을 변경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다. 전공을 변경하고 싶어하는 이는 4년제 대졸자의 경우 50.3%, 전문대의 경우 48.8%였다. 전공을 변경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4년제 대졸자들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23.2%), ‘관심 분야가 바뀌어서’(22.5%)라고 응답했다. ‘묻지마’ 대학 진학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대학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대학에는 가야 한다’,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성 교육이 낳은 현실이다. 문맹률이 낮은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대학 진학률이 높을 경우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A라는 제품을 생산할 경우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는 대학 교육보다는 직업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 A라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자, 기술학교 졸업자 등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다. 1990년에 비해 현재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3배 증가했다. 대학 진학률이 증가했다고 해서 A 제품을 만드는데 대졸자들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대졸자 잉여 인구가 발생한다. 대졸자들의 기대 심리는 높고, 대졸자 일자리는 대학 진학률의 증가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청년층 실업률이 전체 인구 실업률에 비해 높은 실정에 다다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2/4분기 청년 실업률은 7.9%다. 전체 실업률 3.1%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지난 30년 동안 전체 취업자수가 66% 증가했다. 하지만 만 29세 이하 청년 취업자는 21%나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와 출산률 저하로 청년층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 대비 청년층의 비중은 30.4%에서 최근 20.9%로 9.5%p 하락했다. 하지만 만 29세 이하 청년 취업자 감소율 21%보다는 낮다.

청년층 감소 외에 미스매칭, 고령화, 경기 침체 등의 추가적인 요인이 숨어있다.

‘무조건’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의식 변해야

선진국에서 대학 진학은 필수사항이 아니다. 선택사항이다. 선진국에서도 대학 진학자들이 받는 사회적 처우나 사회적 시선이 직업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학 진학에 대해 유럽 선진국들은 구조적으로 선택 사항으로 만들어놓았다. 이는 A라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인력 계층을 배려한 구조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등 과정인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 김나지움 중 한 곳으로 진학한다. 초등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하우프트 슐레는 하위 30%, 레알슐레는 중위 40%, 김나지움에는 상위 30%가 진학한다. 김나지움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곳이고,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는 직업학교에 해당한다.

독일인들은 독일의 높은 기술력이 구조적으로 탄탄한 직업학교 과정,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탄탄한 중소기업 등에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스위스도 비슷하다.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베루프, 파크슐레,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 베루프는 진학률은 68%, 파크슐레 진학률은 7%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률은 20%에 불과하다. 베루프는 직업학교이고, 파크슐레는 상업학교다. / 손정호 기자 son5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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