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바꿀 열쇠는 결국 시민 여러분의 몫”
주최 측 추산 3천여 명(경찰 추산 1천여 명)의 시민이 모인 이날 촛불집회에서 시국회의 측은 지난 대선 기간 발생한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도입’을 촉구했지만,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일례로 시민들의 손에는 시국회의에서 배포한 ‘총체적 대선개입 이젠 쫌 진상규명’이라는 손팻말보다 다음 카페 ‘불법당선 대통령 하야 추진위’에서 나눠준 ‘불법 당선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손팻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렸다.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 간헐적으로 “박근혜는 물러나라”라는 외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여당과 보수 언론은 ‘겨우’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제 121만 건이라는 숫자가 나왔으니 ‘고작’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121만 건을 새롭게 밝히고 공소장을 변경했다”며 “그런데 지난 1차 공소장 변경 때도 새누리당이 미리 공소장 내용을 밝혀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미리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윤 의원은 그 정보를 검찰로부터 받은 게 아니라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이는 더 큰 문제”라며 “수사기밀이 수사대상에 흘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에게만 수사를 맡겨둘 수 없다”며 특검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사제들이 22일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가진 것과 관련해 “불법이 드러났으니 회피하지 말고 책임지는 결단을 보여달라는 취지”라며 “유신시대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을 이끌어 온 분들이 ‘하야’를 외친 것은 이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뜻이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국군 사이버사령부전단 직원이 훈장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무려 2300만 건의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라며 “혼자서 2300만 건이라면 2명만 해도 몇 건이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불법 유입물을 넣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불법 선거가 확실해진 이상 특검으로 국정원과 국방부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진정 자신이 이득을 본 바가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특검을 도입해서 진실을 밝히라. 그렇지 않으면 사퇴 촉구 움직임은 일파만파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부위원장은 “노조가 하는 일상적인 사업이 국가기관이 저지르는 선거범죄와 비교될 수 있느냐”며 “국정원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총체적 부정선거를 정부가 전공노 수사로 ‘물타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게 부정선거가 아니면 대체 뭐냐”며 “물타기와 은폐로 일관하는 정부에 맞서서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이종훈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장, 이경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 박태만 전국철도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박근혜 정부는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민생은 오히려 파탄내고 있다”며 “총파업으로 박근혜 정권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을 16년간 해왔다는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범죄단체 해산법’을 언급하며 “이건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특권 가진 사람들이 인권을 마음대로 우롱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같은 시민단체도 살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함께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집회의 문화행사를 책임진 것은 4인조 메탈밴드 ‘블랙스완’이었다.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촛불집회에서 노래를 한다는 블랙스완은 “이 모든 것을 바꿀 열쇠는 결국 시민 여러분의 몫”이라며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랙스완은 서울광장의 민주당 천막당사가 철거된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새누리당이 민생과 국민, 정치개혁을 위해 불법을 동원해 대통령이 됐나”며 “민주당은 비굴하게 사정하지 말고 당당히 투쟁해야 한다. 김대중의 뿌리와 노무현의 열매를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아침이슬’ 등을 열창했고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면서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