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 유지로 정치개입 속내…대공수사권 폐지에 미온적인 민주당”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4자회담에서 만났다. ⓒ민주당
▲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사진 왼쪽부터)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4자회담에서 만났다. ⓒ민주당
국가정보원이 12일 밝힌 자체개혁안을 두고 야권측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정치개입이 심각한 수준에서 이뤄졌는데 개혁안은 이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사실상 부재했다는 비판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쪽에서 국정원 사건의 문제를 주요하게 지적해 온 박주민 변호사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번 개혁안에 대해 ‘핵심이 다 빠졌다. 정치개입을 계속 하겠다는 속내’라고 촌평했다. 또 민주당이 합의점을 찾아 특위 성과를 내는데 치중하다가 정작 핵심적인 개혁안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정원개혁특위에 ▲국회, 정당, 언론사에 대한 연락관(IO) 상시 출입 제도 폐지 ▲전직원 정치개입 금지 서약 제도화 ▲부당명령 심사청구센터 및 적법성 심사위원회 설치·운영 ▲준법통제처 운영 ▲방어심리전 시행규정 제정·활용 ▲심리전 시행실태 확인·감독을 위한 심리전 심의처 설치·운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체개혁안을 보고했다. 국정원은 “정치중립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상의 문제”라며 법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개혁안이 아니라 후퇴안, 심리전 유지=댓글활동 유지”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날 <폴리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국정원 개혁안을 두고 “개혁안이 아니라 후퇴안”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대북심리전을 유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이번 자체개혁안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박 변호사는 “현행 국정원법에는 ‘국정원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는데,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전 자체가 국정원법 위반 사유”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개입이 바로 국정원의 심리전인데, 국정원은 오히려 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심리전 소재로 ▲대한민국 정체성·역사적 정통성 부정 ▲반헌법적 북한주장 동조 ▲이적사이트에 대한 정보수집 차원의 심리전 활동 등을 규정한 것에 대해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기능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 요원들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 등에서 문재인 후보 관련 우호적인 게시물에 집단적인 반대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댔다”며 ‘종북 차단’을 이유로 댓글활동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또 박 변호사는 “이번 국정원 안에는 대공수사권 분리·이관, 예산 통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핵심적인 개혁 내용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대공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하니 국민들이 불안해하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폐지가 아니라 수사권의 분리·이관”이라며 “대공수사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서 검찰, 경찰 등의 수사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는 반론이 있는데, 수사기관에 국정원 요원을 보내면 된다”며 “국정원으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관·분리시켜도 수사를 잘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공수사권’ 명문화 없는 4자회담…“민주당, 답답한 모습”

특히, 대공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박 변호사는 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4자회담(황우여, 최경환, 김한길, 전병헌)의 합의문에는 ‘대공수사권’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새누리당은 ‘대공수사권은 특위 논의 사항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입장을 반박하며 ‘대공수사권 분리·이관’ 문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외국처럼 대공수사권을 분리·이관해 가는 방향으로 국정원을 개혁하자고 하는 것에 민주당이 확신을 못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북한의 위협에 대해 과장된 인식을 가져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첨예한 이견이 있는 대공수사권 등의 쟁점에 대해 논란을 만들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는 ‘특위 무용론’을 경계하는 시각이 많다. 싸우기 보다는 합의 가능한 부분에서 타협을 통해 일부라도 성과를 얻자는 입장인 셈이다. 또 김한길 지도부 체제의 경우 '종북몰이'에 정면으로 응수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공수사권 문제를 당 차원에서 얼마나 이슈화를 할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답답한 모습”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공수사권을 분리·이관하지 않고 국정원이 심리전을 계속하게 되면 반복해서 정치개입이 벌어질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북한 위협’이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싸울 용기가 없는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표창원 전 교수도 통화에서 “국정원 개혁의 가장 큰 핵심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불개입, 국내와 해외 파트의 분리, 수사권 폐지,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이라며 대북심리전, 대공수사권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표 전 교수는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 “국정원은 개혁을 하지 않고, 예산 통제도 안 받으면서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혹평했다. 

표 전 교수는 심리전 활동을 유지하기로 한 국정원 자체개혁안에 대해 “그렇게 하면 국정원이 언제든지 다시 필요할 때 야당이든 야당 후보에 대한 정치개입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이나 국가 내에 어떤 대상을 향해 심리전을 하는 것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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