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자격심사위 컷오프 발표 "인민재판? 잘린 사람은 잘릴 확실한 이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기초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장을 맡은 천정배 전 의원./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 새정치민주연합 기초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장을 맡은 천정배 전 의원./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ejlee@polinews.co.kr
여야가 세월호 참사로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중단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개혁공천'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 시발점은 2012년 총선을 끝으로 중앙 정치무대를 떠났던 천정배 전 의원이 기초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촉발됐다. 지난 14일 첫 회의를 주재한 천 위원장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추상같이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2년 만에 '개혁공천'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귀환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5대 강력범죄, 벌금 이상의 성범죄, 금품수수, 경선불복자, 배우자나 형제 등의 선거사범 등을 배제 기준으로 삼아 예전보다 공천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자격심사위는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 470명 가운데 부적격자 30여 명을 1차로 걸러냈고, 이 결과를 지난 21일 최고위에 보고했다.

공천 대상에서 1차 배제된 후보는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호남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단체장 가운데는 서울 1명, 경기 1명을 비롯해 전북 2~3명, 광주·전남 3~4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당 최고위는 세월호 참사를 고려해 공식적으로 공개 발표는 하지 않기로 하고, 각 시도당에 자격심사위의 심사 결과를 전달해 경선을 진행하도록 했다. '컷오프' 된 30여 명은 각 지역별로 진행되는 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두고 이번에 현역이 7~8명 수준으로 탈락해 '물갈이' 규모가 예상보다 적었고 '안철수측의 자기사람 심기'라는 반발이 나온다. 그러나 중앙당이 지역 시도당에만 맡기지 않고 기초단체장 자격심사에 나서 기초선거 전반에 '개혁공천' 분위기를 촉발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가 치러지고 있지만,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건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천 과정은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이 향후 남은 기초단체장 경선, 기초의원 공천 및 경선과정에서 '개혁공천' 기조를 얼마나 이어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천정배 위원장은 22일 <폴리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자격심사에 대해 "우리가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다 검토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무슨 근거 없이 인민재판 하는 식으로 자르는 것은 전혀 없다. 잘리는 사람은 잘릴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우리로서는 절대 평가를 하는 것이다. 절대 평가에 미달되는 신청자들이 많으면 잘라야 하는 것"이라며 "비위가 있으면 다 잘라야 한다. 무자격자가 공천을 받도록 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천 신청자 중에서 절반이 도덕적 하자가 있다면 다 잘라야" 한다며 '개혁공천'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천 위원장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 470명 가운데 부적격자 30여명을 '컷오프'시켰고 이중에 현직이 7~8명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 저희로서는 밖으로 공개할 수 없는 일이다. 엄명을 받았다. 오늘 한겨레 신문을 봤더니 30여 명을 걸러냈고 현직은 10명 안팎으로 보도됐더라.

▶ 이런 보도가 팩트가 맞나?

-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없다. 극비로 하겠다고 서약서를 냈다. 양해해달라.

▶ 오보는 아니다?

- 모르겠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승조 최고위원은 22일 통화에서 "어제 최고위에서 30여 명의 컷오프를 보고 받았는데 부적격자가 누구인지는 명단은 보고 받지 않았다. 각 시도당에 통보가 됐고 중앙당에서 일괄적으로 명단을 발표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 기초선거 공천 컷오프가 진행 중인데 '현직 물갈이'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주목된다.

- 당에서 물갈이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다. 제가 알 수 없다. 공천심사를 해봐야 한다. 저희로서는 이 문제는 분명히 한다. 제가 맡은 것이 기초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다. 자격심사는 1차적으로 부적격자를 가리는 것이다. 여기서 목표 비율을 두고 할 수 없다. 그렇지 않나. 10%를 자르겠다고 할 경우 정치적 행위로 할 수 있지만, 저희들 역할은 부적격이라는 도덕적 하자가 있거나 국민적 지탄을 받은 사람들을 가려내는 것이다. 공천 심사를 받아서는 안 될 대상을 가리는 것이다. 우리는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우리로서는 막연한 것으로 (기준을 삼아 심사를) 할 수 없고, '평이 좋으냐 안 좋냐'에 따라 할 수 없다. 명확하게 확정된 전과, 형사처벌자, 또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직무 관련 비리를 저지르는 일, 본인은 깨끗하지만 아내가 뇌물로 받은 일 등은 책임져야 한다. 이런 일들을 보고 심사하는데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재판을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거나 수사를 받은 사람들도 별도로 조사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확실한 사실이 아닌 점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위원회의 임무는 사법적인 역할과 비슷하다.

우리는 목표 숫자가 있을 수 없다. 공천 신청자 중에서 절반이 도적적 하자가 있다면 다 잘라야 하고, 아무도 그런 하자가 없으면 자를 수 없다. 부적격으로 판단한 사람을 제외하고 당에서 나머지를 가지고 공천 심사를 할 것이다.

▶ 어제 현직 7~8명이 컷오프 된 것이라면 예상보다는 컷오프 규모가 축소된 것 아닌가?

- 규모가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자르는) 목표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위가 있으면 다 잘라야 한다. 무자격자가 공천을 받도록 만들 수 없다. 자격 있는 사람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서 공천을 받아야 한다. 상대 평가를 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절대 평가를 하는 것이다. 절대 평가에 미달되는 신청자들이 많으면 잘라야 하는 것이다.

▶ 당 조직국이 자격심사위에 보고한 ‘비리연루 자치단체장 현황’에는 전국적으로 22명의 현직이 물갈이 대상으로 꼽혔는데, 이번에 7~8명만 물갈이 됐다는 보도가 있다. 

- 우리에게 당의 조직국에서도 자료를 받은 게 있었지만 여러 언론에 난 자료, 선관위에서 고발 당한 자료, 제보도 많이 왔다. 허황된 제보도 있고 근거 있는 제보도 있다. 모든 것을 다 자료로 삼아서 심사를 하고 있다. 몇 명이 올라갔다는 것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다.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 47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우리가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다 검토해서 결정한 것이다. 몇 명 올렸다고 하는 조직국 자료가 있을 수 있으나 무의미하다. 조직국에서 심사를 한 게 아니라 정보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명확한 것은 470명 전원을 대상으로 우리 나름의 정밀조사를 했고 그 중에서 부적격자를 정한 것이다. 

▶ 이번 기초선거 공천심사와 관련해 당내 반발이 있다. '혁명군'이라는 반발도 나오는데.

- 그렇지 않다. 천정배가 누군가. 무슨 영향력도 받지 않고 법관 중에서 가장 공정한 법관과 같은 자세로 일하고 있다. 혁명과 아무 관련이 없다. 무슨 근거 없이 인민재판 하는 식으로 자르는 것은 전혀 없다. 잘리는 사람은 잘릴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도 우리측의 주관적 평가가 아니고 확실한 근거가 있는 사람들만 잘리게 되는 것이다. 자격심사위가 기준을 발표했다. 명확한 이 기준에 따라, 명확한 근거에 따라, 형평성이 조금도 어긋나지 않도록, 큰 하자가 있는 사람들은 살고 작은 하자가 있는 사람은 잘리는 것이 없도록 고민, 고심, 궁리를 하고 있다.

▶ 향후에 언제까지 기초선거 공천 심사가 마무리 되나?

- (자격심사위원장으로서) 그것조차도 밝힐 것은 아니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경선 일정과 관련해 "구민주당 출신끼리 경합하는 부산과 경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선은 이달 말까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모든 경선을 언제까지는 끝낼 계획'인지 묻자 "15일 후보등록일을 앞두고 차량, 홍보물 준비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늦어도 5월 11일까지는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연기하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굉장히 어렵다"면서 예정된 일정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을 전제로, 이 같은 일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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