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7월 14일 여고생이었던 김은진(30•여)씨는 경북 김천시 봉산면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하행선에서 버스가 뒤엉켜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른바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로 당시 학생 18명이 숨졌고, 97명이 다쳤다.
특히 이 여고생은 당시 버스 안에서 정신을 잃었지만, 친구들이 업고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다만,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로 당시 문이 잠겨 창문을 깨야 탈출할 수 있었던 다른 반 버스에서는 1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당시 온몸이 새카맣게 탄 채 탈출하던 친구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고, 이 여고생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에서 살아 남은 김 씨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최근 “유사한 고통을 오래 전에 그들 나이에 겪었고 어쩌면 평생 그들이 견뎌야 할 고통의 무게를 약소하게나마 공유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녀는 “사고 직후 6개월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10대였음에도 1∼2년간은 술에 의지해 위 천공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고와 피해자를 잊지 않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위로가 된다”며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 편지를 자주 써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무엇보다 힘이 됐던 건 가족의 지원”이라며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하지 않고 그냥 지켜봐 주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갖고 태어난 시계가 다르고 돌아가는 속도도 다르다”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은 충분히 울분을 토하고 위로 받을 때”라고 했다. [폴리뉴스=이청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