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 의한, 무엇을 위한 ‘전략공천’인가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파행이 끝을 모른 채 막장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세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민심에도 불구하고 공천파행과 선거전략의 부재로 정부 여당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전 중아일보 주필을 총리로 내정하면서 빚어진 극심한 반발로 인해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쳤고 이 상태로 재보선을 치를 경우 새정치연합이 공천만 제대로 한다면 집권 새누리당은 참패를 면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공천작업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소위 승부처로 불리는 서울의 동작을과 수원 3곳의 공천에서 파행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광주 광산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 을에 공천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기동민 전 부시장과 20년 지기이며 이 지역에서 당협 위원장을 맡아 당 조직을 관리하면서도 몇 차례 선거에서 거듭 후보를 양보했던 허동준씨가 이미 공천을 신청한 마당에 지도부가 사전 설득과정 없이 밀어붙인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무책임한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박원순 서울시장이 거둔 승리의 의미와 그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공천과정에서 이미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기동민 전 부시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광주 광산구의 경우 경선을 실시한다고 해서 공천신청을 하고 경선을 준비하던 후보들이 여럿 있었는데 당 지도부는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경선을 준비하던 천정배 전 의원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전 의원이 당 지도부가 원하는 참신한 인물이 아닐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경선에서 조차 억지로 배제해야 할 만큼 도덕성과 당에 대한 헌신성에서 하자가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전략공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발탁하기 위함이고 또 당 밖에 있던 새 인물이 당내 기반을 가진 인사와의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새인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전략공천’이 말썽 없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당내외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은 제사람 챙기기로 돌아가는 것인가 

기동민 전 부시장이 동작을 출마를 결정하는 과정에 허동준 위원장이 반발하고 정의당의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야권의 전도는 지극히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정치연합 동작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기동민 전 부시장 전략공천을 결정하자 이에 승복하여 공천신청을 철회했던 금태섭 전 대변인을 수원 영통에 전략공천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 수원 영통은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지역으로 수원에서도 새정치연합에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금태섭 전 대변인은 동작을에서 기동민 부시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아 배제된 것인데 갑자기 수원에 공천하는 것은 어떤 전략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금태섭 전 대변인은 대변인직을 사퇴하면서 수도권 다른 지역에 권유를 받았지만 동작 을에 공천을 신청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태섭 전 대변인 수원 공천을 감행하려는 것은 결국 동작을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기동민을 공천한 대신 안철수 대표와 가까운 금태섭 전 대변인을 보다 안전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수원으로 보내 챙기겠다는 얄팍한 속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이렇게 ‘전략공천’이란 미명으로 후보들 스스로 공천 신청한 지역을 마음대로 바꾸어서 내려 보내는 방식이 과연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참으로 궁금하다. 7.30 재보선이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야권은 저 마다 각개약진하고 있는 실정이고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략공천’의 덧에 걸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은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라 할 만큼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정부 여당과 상대했지만 계파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패배하고 말았고 그 여파는 대선 패배로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신들이 범했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가려한다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태섭 전 대변인을 수원 영통에 전략공천을 감행한다면 동작 을에서 공천을 받은 기동민 전 부시장까지 명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도 아울러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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