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이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다면 많이 살 수 있었다”

28~2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 등 세월호 선박직 직원 15명에 대한 재판의 증인 심리가 진행됐다. 이 심리에 참석한 이들은 참사 당시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구조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22명이었다. 

세월호 선박직 직원들에 대한 재판은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법원은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장거리를 이동할 경우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증인 심리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이준석 선장의 배석은 배제됐다.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해양경찰이 제대로 구조를 하지 않고 바라만 봤다”고 진술하는 등 세월호 초동대처에 문제가 있음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것으로 연합뉴스 등에 의해 30일 보도됐다.  

세월호 재판에 참여한 한 생존 학생은 “‘배 안에 사람이 많다’고 말했지만 해경은 바라보기만 했다”고 말했고,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이렇게 많이 죽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과 구조의 문제점을 밝혀달라”는 요청도 제기됐다.

생존 학생들은 “선원이나 해경의 도움은 전혀 받지 못했다. 친구들이 함께 나오지 못한 이유를 밝혀달라”, “해경이 선체 외벽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올라 오라’는 말만 했다”는 증언도 내놓았다.

다른 생존 학생은 “일반인 승객들과 남학생들의 도움으로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며 “선체 바깥 계단까지 왔을 때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사라졌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헬기로 올려주기만 했을 뿐 출입구 쪽으로 가지 않았다. 해경이 구조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승무원들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한 생존 학생은 “승무원들이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다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다”며 해경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의 초동 대처에도 문제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틀 동안 이뤄진 증인 심리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참사 당시 끔찍했던 현장 모습에 대해서도 자세히 진술했다. 

한 생존 학생은 “동료 학생들이 바로 눈 앞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죽었다”고 말했고, 다른 한 학생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친구들이 빠져나오지 못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너무 불쌍하다”고 밝혔다. “탈출 당시 건너편 친구와 눈이 마주쳤는데 결국 그 친구가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생존 학생도 있었다. 

한편,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현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거나 진도 팽목항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29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의 여야 간사들은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다시 한 번 합의에 실패했다. / 손정호 기자 son5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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