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새누리당 제공
▲ 사진=새누리당 제공
전략 운운하며 묘수에 집착 말고 유권자의 상식적 기준을 존중해야
  

7.30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일방적인 여당의 승리로 나타난 선거 결과에 대해 이미 여러 분석과 진단이 나왔고 패배한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대권주자급 정치인이 정계를 은퇴하는 등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6.4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2기 내각 구성과 관련한 인사 참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란 등 정부 여당에게 유리할 것이 하나 없었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대패한 야당은 주어진 밥상도 제대로 받지를 못했다고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야당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대통령의 인사망사(人事亡事)에 대해  독선과 불통이라 공격했던 야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에 매달리면서 당내에서조차 소통이 안 되는 불통공천이란 비판에 직면했고 그것이 결국 유권자들의 상식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아  외면당했다는 점일 것이다. 재보궐 선거의 특성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당은 철저하게 지역으로 파고들어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킨 반면 야당은 심판론에만 매달린 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데 실패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정부와 여당에게 선거 결과를 가지고 경고를 발함으로서 보탬이 되어도 모자랄 것인데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말았으니 참으로 유가족들과 함께해 준 국민 앞에 면목이 없게 되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당은 통합과 단일화에 매달렸지만 그렇게 필요조건을 갖춘 다음에는 계파간의 공천갈등과 단일화 과정의 앙금 등으로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을 얻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6.4 지방선거와 이어진 7.30 재보선에서도 이 공식은 깨어지지 않았다. 지방선거 이전에 안철수 신당과 통합을 이루었지만 공천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또 다시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를 놓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사실상 정부여당을 심판하지 못한 패배를 자초해놓고도 김한길 - 안철수 지도부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봉합하고 다시 7.30 재보선에 임했지만 예의 공천갈등을 재연하는 등 똑 같은 과오를 되풀이 했고 새정치연합은 이제 당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기고도 지는 길과 지고도 다시 이기는 길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거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 2기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1:4로 승리한 선거 결과와 자신의 측근인 이정현 후보가 호남에서 당선된 사실에 고문된 나머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국정운영 패턴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사실은 이번 재보선은 야당의 자책골로 여당이 승리한 것이지 여당 스스로가 잘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호남에서 이정현 후보가 승리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지만 그 또한 야당이 자기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외면당할 만큼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 또한 선거 결과에 도취한 나머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눈치만 살피면서 책임있는 집권당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20여 개월 큰 선거가 없고 정부 여당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국가 혁신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새누리당이 국가혁신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기 위해서라도 그 동안의 보여주었던 국정운영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서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은 선거 막판에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국민 앞에 읍소하면서 스스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선거 이후 새누리당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만약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오판하고 다시 야당과 국민은 안중에 없는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이기고도 지는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당장 비대위 체제로 당을 꾸려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적절한 시기에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꾸려야 할 것이다. 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비대위 체제로 운영했던 것은 비교적 익숙한 풍경으로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 그렇지만 지금 야당은 의석 130석을 가진 거대한 몸집이지만 이대로는 국민들에게 결코 자신들의 미래를 맡길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당의 정체성, 조직체계, 리더십 어느 하나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앞의 이슈나 선거만 따라 다니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 전부이다. 이제부터라도 백척간두에 서있는 심정으로 근본적인 혁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계파주의에서 벗어나 노선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내부투쟁을 벌이되 민주집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야권 지지층을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12척의 배’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즉생(死卽生)의 심정으로 임한다면 야당은 뼈아픈 패배를 겪었지만 지고도 이기는 쉽지 않은 길을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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