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유가족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은 채 새누리당과 성급하게 합의안을 발표하여 유가족과 국민들의 반발을 자초했고 급기야 유가족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중재력과 협상력 모두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전혀 여지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협상은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고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하면서 더 이상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야당을 이끌어 나가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원장으로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이래도 되는 것이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이상돈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새누리당 정치쇄신 특위 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한 전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운영에 대해 누구보다 따가운 비판을 가해왔던 소신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아울러 현재 노정되어 있는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야당과 일맥상통하는 해법을 제시해 오기도 했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이상돈 교수가 새누리당 정치쇄신 특위 위원으로 새누리당을 얼마나 쇄신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쇄신한 새누리당을 떠나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으로 다시 쇄신을 맡겠다고 하니 여야를 넘나드는 정당 쇄신전문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제3자의 눈에는 국외자로 번지르한 말은 거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당을 직접 맡아 이끌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무엇인가? 대외적으로는 내년 전당대회까지 당을 대표하는 자리이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지혜를 모아 당의 활로를 찾기 위해 뼈를 깍는 혁신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런 자리를 어제까지 새누리당에 속해 있었던 인물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야당이 스스로 새누리당과 근본적인 노선이나 정책에서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당이라고 자인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이제는 새누리당 근처의 인사의 힘을 빌지 않고는 도저히 자력으로는 혁신할 수조차 없는 당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정당정치에서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일개 논객에게 당의 운영과 혁신을 맡겨서 실험을 할 수 있을 만큼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해 있는 상황이 한가로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무리 지금 닥쳐 있는 현실이 어렵더라도 그럴수록 정도를 가야하고 일시적인 술수나 잔꾀에 의존해서는 더 큰 것을 잃고 만다는 사실을 명념해야 한다. 당 소속 국회의원이 120여명이 넘고 여전히 제1야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도 아쉬워서 당의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그것도 어그제까지 새누리당 당원이었던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선거 때만 되면 통합이나 연대에 목을 매달고 비상시에는 당 밖의 인사에게 당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정당이 과연 국민에게 믿음직한 수권장당, 대안정당으로 비칠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 자랑하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이런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의 비대위원장 자리를 외부인사 그것도 새누리당 출신인사에게 맡기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의 계파 이기주의, 패거리 정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 총선과 대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이상 당원과 지지층을 실망시키는 얕은 술수와 잔꾀에 의존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인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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