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과 ‘피아(彼我)’ 가르는 여권 내 권력투쟁 사전 정지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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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청와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온 청와대가 21일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의도적’이라고 규정하고 나섬으로써 ‘개헌논의’를 둘러싼 여권 내 권력 갈등의 골이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개헌논의 봇물’ 발언을 하고 다음 날인 17일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사과하고 자신의 진의와는 다르게 확대보도됐다며 앞으로 개헌론을 이끌 생각이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을 두고 “실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김 대표의 중국 상하이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기자가 노트북을 갖다놓고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으로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고 못 박았다. 김무성 대표의 다음날 해명과 사과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그는 김 대표의 다음날 ‘사과’도 청와대가 ‘압력’을 넣었다는 ‘설’에 대해서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또한 김 대표 스스로의 치고 빠지기식 ‘타임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청와대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울러 그는 “지금 국가가 장기적으로 보다 나은 상태로 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개헌이냐.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김 대표의 ‘개헌론’ 제기에 강한 불쾌감까지 나타냈다.

주목할 부분은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춘추관에서 여러 기자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힌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았다는 것이다. 현 청와대의 공보시스템이 ‘철통 보안’에다 ‘최고권력층’ 뜻 위주로 공표되고 내부이견은 내보내지 왔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날 관계자의 발언은 ‘개인’이나 ‘청와대’의 판단을 넘어 박 대통령의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청와대가 집권여당의 대표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과거 정부의 경우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여권 내부 조율에 힘을 쏟았던 것이 상례였다. 게다가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공개적인 ‘면박’은 삼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같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때리고 나선 것은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담고 본격적인 ‘정치기획’에 들어간 것으로 읽혀진다. 그 일환으로서 이번 청와대의 ‘김무성 발언’은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 앞서 여권진영에 보내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된다.

김 대표의 개헌발언과 ‘불찰’ 발언 모두가 ‘의도적 발언’이라고 규정한 것은 청와대가 차제에 여권진영에서 ‘박 대통령이냐, 김무성 대표냐’를 두고 ‘피아(彼我)’를 가르는 ‘한 판 싸움’을 준비하는 ‘정지작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靑, 개헌 두고 이견(異見) 조율 실패한 듯...‘김무성 내치기’ 정치 신호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김무성 대표를 향해 개헌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로서 김 대표가 따르지 않을 경우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는 공개적으로 김 대표의 ‘진정성 있는 굴복’을 요구한 것이다.

청와대가 이날 이같이 작심하고 김 대표를 공격한 것은 이틀 전인 지난 19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 대표가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만나 이 부분을 두고 내부 조율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비공개회의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무원 연금개혁법안의 연내처리를 당에 주문했다고 전했으나 김 대표의 개헌논의 발언과 관련해 김기춘 실장과 김무성 대표의 대화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화 여부에 대해선 부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김 실장과 김 대표가 ‘이견(異見)’만 노출했다는 쪽의 해석이 가능하다.

김기춘 실장의 경우 개헌논의 시점을 박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해 2016년 총선 무렵으로 맞춰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으나 김 대표가 이에 반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의 입장은 당내에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박 대통령의 개헌 입장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홍 전 사무총장은 “대통령도 사실 후보 시절에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도 (개헌에) 찬성”이라면서도 시기에 대해선 “지금 대통령이 취임하신지 1년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개헌론을 부르짖기 시작하면 야당에서 개헌론에 맞장구치면서 난리 아닌가?”라고 김 대표의 개헌론이 박 대통령을 조기 레임덕으로 이끌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은 박 대통령 임기 말인 2016년 이후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이는 사실상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은 어렵다는 의미를 담았기에 김 대표가 이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016년 총선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개헌논의의 주체가 되기에 개헌시기는 2020년 총선 무렵으로 자연스럽게 미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이날 ‘김 대표 개헌 발언은 실수가 아니다’는 입장이 공표해 ‘공’을 김 대표에게 넘기면서 선택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의 전면적인 갈등관계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에게 복종할 것인지의 여부를 두고 ‘통첩’한 것에 가깝다.

김무성 대표를 정치적 기로에 몰아넣은 것으로 사실상 본격적인 ‘내치기’ 수순을 밟겠다는 의미이다. 김 대표로선 이번 ‘개헌논란’을 매개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개척할 것인지 아니면 ‘조용하게 인내하는 2인자’의 길을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한다.

이는 지난 2009년 9월 세종시 수정파동 당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던 정치적 상황과 비슷한 국면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기로에서 이 전 대통령과 대립을 택해 친이명박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했지만 이를 극복해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획득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2009년의 박 대통령과 현재 김 대표를 비교하면 개인적 정치적 입지나 처한 환경, 제기된 이슈의 국민적 공감도 등 모든 부분에서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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