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주자들 위축현상 뚜렷...박원순, 반기문 효과에도 지지세 탄탄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차기 대선지지도가 지난 7월까지 20% 수준에서 8월 이후 급등하며 지난 17-18일 조사에서 39.7%의 지지율을 보인 데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대선지지도 하락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한길리서치
▲ 출처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올 3월부터 지난 17-18일 조사까지 약 7개월 동안 대선후보들의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반기문 총장은 3월31-4월2일 조사에선 23.3%, 6월8일 23.1% 6월19-20일엔 21.5%, 7월3-4일은 23.0%로 다른 주자들보다 큰 격차로 앞서진 못했으나 상황은 8월 이후 급변했다.

8월1-2일 조사에서 36.1%로 급등한 후 추석 직후인 9월13-14일에는 36.7%, 그리고 이번달 17-18일 조사에선 39.7%를 기록하며 다른 여야 경쟁후보들을 압도했다. 이 기간 동안 반 총장의 지지율은 16.4%p가 올랐다.

반기문 총장의 대선 지지도 급등시기가 공교롭게도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지지도 하락국면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지난 3월31-4월2일 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17.0%로 반 총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4.2%까지 급락해 무려 12.8%p가 빠졌다. 안 전 대표 지지층 중 상당수가 반 총장에게 쏠린 것으로 추정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반기문 총장이 빠진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지난 17-18일 조사에서 7.7%를 기록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7월까지만 해도 반기문 총장과 안철수 전 대표 간의 차이는 6.3%p차였지만 8월 이후 급격히 벌어지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35.5%p차로 완전히 벌어지게 한 요인은 6.4지방선거 이후 이어진 7.30재보선 패배 그리고 안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사임 등의 과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반기문 총장의 존재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권의 대선주자들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김무성 대표는 반 총장과 같이 지지도 조사를 할 경우와 아닌 경우를 비교하면 격차가 가장 컸다.

김 대표는 반 총장이 빠진 조사에서는 10.1%의 지지율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지만 반 총장이 들어간 조사에서는 4.9%로 반토막 수준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현상은 조사대상에 포함된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현상은 7.14 전당대회로 김무성 대표체제가 들어섰음에도 여권지지층이 지금 거론되고 있는 여권주자들에 대한 지지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거나 이들 후보들을 마땅치 않게 여기면서 대안으로 반기문 총장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 총장의 지난 8월 이후 지지율 급등은 여야 양쪽 지지층 흡수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은 세월호정국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집권여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 파문 등과 연계돼 야당으로서 견제나 재집권가능성 보여주지 못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기였다.

반기문 지지층 중도성향 중심에 보수층 비중 높아, 박원순-문재인 지지층 상대적으로 탄탄

이러한 상황 전개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반 총장과의 경쟁에서도 지지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길리서치>가 처음 박원순 시장을 조사에 처음 포함시킨 지난 6월8일에 박 시장은 15.3%로 반기문 총장 23.1%에 이어 단숨에 2위를 차지했고 4개월 후인 지난 17-18일 조사에는 13.5%로 처음 조사 때와 비교하면 1.8%p 하락에 그쳤다. 박 시장은 이러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반기문 총장이 빠진 조사에서는 21.6%로 1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의원 또한 일정 탄탄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과의 경쟁에선 지난 3월31-4월2일 조사에서 14.3%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고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9.3%를 나타내 5.0%p가 빠졌다. 그러나 반기문 총장이 빠진 조사에서는 13.8%로 박원순 시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조사결과 분석을 토대로 반 총장의 8월 이후 대선지지도가 급등한 원인을 보면 먼저 중도성향의 안철수 전 대표의 몰락이 가장 큰 바탕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여권지지층의 마음을 당기는 마땅한 후보가 부상하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요인으로 보인다.

이는 반 총장의 지지율 상승이 중도성향과 보수층에 대한 흡인력에 따른 것임을 알수 있다. 이는 반 총장의 부동층으로부터 지지율이 44.6%나 되고 연령별로도 50대(50대:43.9%, 60대이상:48.8%)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지지정당별로 보아도 새누리당(52.4%), 무당층(37.2%), 새정치민주연합(25.7%)순으로 흡인력을 보이고 있으며 이념정체성별로는 보수(보수:49.6%, 중도 :33.6%, 진보32.6%)로 보수와 중도층에 대한 흡인력이 높았다. 이러한 반 총장 지지층 구성은 중도성향이 강한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과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부진과 맞물림을 알 수 있다.

반기문 총장이 한국 정치에 발을 뺀 상황임에도 이처럼 여야 지지층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반 총장이 향후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민들의 여야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9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안철수 현상’이 반기문 총장을 매개로 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반 총장이 발을 빼고 있지만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면 한국정치는 반 총장을 둘러싸고 요동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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