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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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삐라살포 방치는 접경지대 주민 생존권 위협

우리 정부가 북측에 10월 30일 남북고위급회담을 갖자고 제의했지만 거부당했다. 북한은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 방치를 비판하면서 "남측이 관계개선의 전제와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겠는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리겠는지 남측의 책임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고 통지문을 보냈다. 이로서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측 2∼4인자들의 방문으로 모처럼 남북 간에 대화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다시 긴장과 대립만이 남게 되고 말았다. 

남북의 고위급 접촉이 무산된 것도 유감스럽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행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고 이것이 남북간에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안전장치가 전무한 작금의 상황에서 자칫 확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무엇보다 접경지대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들 주민들이 삐라를 살포하려는 탈북자 단체들과 충돌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이들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일부 탈북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면서 빠라 살포를 방치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탈북자들의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이들 주민들의 생존권 또한 정부의 보호를 받아 마땅하며 군사적 충돌이 반복될 경우 이들은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 온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북 삐라 살포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제하고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남북 쌍방이 대화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신뢰 프로세스는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대화나 신뢰 프로세스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접경지대 주민들의 절박한 생존권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면서까지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망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포기는 국가 주권을 내팽개치는 행위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한번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전작권 이양을 무기 연기했다. 연기라고 하지만 딱히 언제 돌려받을 것인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포기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 전작권 이양의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미국에게 전작권을 넘겨서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탁관리 맡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북정책에 간여해온 사람들은 이제까지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어서 언제 붕괴될지 모르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국가라고 강조해 왔다. 또한 최근 북한의 김정은이 40여 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건강이상설, 연금설, 쿠데타설 등 확인되지 않은 억측들이 난무했고 그만큼 북한체제가 위태롭다고 국민들에게 선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북한보다 수십 배의 국방비를 매년 지출하고 있고 세계 굴지의 경제대국이라 자처하는 대한민국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이양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도대체 언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란 말인가.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이양 받는 것을 전제로 평택으로 이전이 준비되었던 동두천과 용산의 미군기지도 다시 현 상태로 잔류한다고 한다. 용산의 한미연합사와 동두천 210여단의 평택 이전은 국회 비준 동의까지 마친 사안인데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왕의 미군기지는 그대로 두고 팽택 기지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이전을 전제로 도시계획 다시 하던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예산만 허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 10년 동안 용산의 미군기지를 옮겨가게 하기 위해 들어간 돈과 피의 댓가는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평택에 미군기지를 새로 조성하기 위해 들어간 돈이 20조 가량 들었다고 하고 그 땅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추리 농민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그런데 서울의 용산공원 한복판에 한미연합사가 그대로 잔류한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우리 정부가 미국을 향해 전작권을 이양하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형국이니 앞으로 방위비 분담 요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무기구매 등을 강요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은 도저히 주권국가라고 할 수 없는 우스운 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국으로부터 전작권 이양을 치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스스로 이를 파기하고도 한마디도 국민에게 해명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주권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국민적 여론 수렴이나 동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불통정권이란 오명을 벗어나기 어럽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지난 10월 29일 국회에서 행해진 시정연설에서도 전작권 이양 포기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고 오로지 예산과 법안 통과만 강조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국익과 국가의 주권이 걸린 대선 공약 사항을 파기하고도 대통령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너무도 몰염치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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