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법원 판결, 25명 목숨 끊었는데 눈 하나 깜짝 않는 것 서글퍼”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사진 박점규 위원 측 제공)
▲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사진 박점규 위원 측 제공)
최근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와 대법원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정당 판결 이후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노동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폴리뉴스>는 25일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문제, 정리해고 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의 현주소와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박 위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의 노동문제 관련 발언을 언급하며 “정치인의 약속과 반성이 거짓이 아니라면,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을 없애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내수를 증진시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정리해고·비정규직 보호법 만들지 않았다면...
대규모 정리해고도, 영화 <카트>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박점규 위원께서는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김대중 정부의 정리해고법과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이 지금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양산해낸 원흉이라고 비판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
1989년 대법원은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해고를 할 때 “기업의 존폐위기에 직면하는 급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즉 회사가 조금 어려워졌다고 해고를 해서는 안되고, 도산을 막기 위한 경우에만 한정해 경영상 해고를 인정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가 근로기준법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정리해고 조항을 만들고 나서 대법원이 점점 해고의 범위를 넓히더니 쌍용차와 같이 다가올 위기에도, 정리해고 숫자도 모두 경영진의 판단으로 정당하다고 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만들어진 파견법과 비정규직법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법을 만들지 않았으면, 2년이 되기 전에 대규모 정리해고도 없었을 것이고, 영화 <카트>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비정규직 종합대책 진짜 목적, 재벌들 비정규직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것”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 제한 기간을 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허용 업종과 유료 직업소개소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보시나?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 확대, 유료 직업소개소 확대라는 비정규직 양산법안 3종 세트를 통과시키려는 속셈으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준비하면서 마치 안전업무에는 정규직을 사용하게 하고, 열악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 제한 대상 업무에 여객 운수사업, 철도사업, 해상여객운송사업, 항공운수사업 등의 업종이 포함될 것”이라고 언론에 흘렸는데 그렇다면 인천공항에서 항공운수사업을 담당하며 승객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6천명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 승객들의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광주, 대전지하철의 비정규직 역무원들이 다 정규직이 되는 것인가? 정부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 달 대한상공회의소는 파견업종 제한 등을 ‘경제 발목 잡는 5대 규제개혁과제’로 규정한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경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의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권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진짜 목적은 재벌들이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젊어서는 알바로, 늙어서는 떠돌이 파견노동자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해법은 간단,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하면 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 늘었다. 생각하시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에 대해 말씀해달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노동자 본인이 계약기간을 늘리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 용역 등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자 본인이 계약기간을 늘리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고,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서 용역 등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기간제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 결국 고용노동부에서 기간제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은, 이후 기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계약직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정규직으로의 채용 원칙’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술수인 셈이다. 기간 제한이 없어지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원할 때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해법은 간단하다.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된다. 임시, 간헐, 계절적 업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을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
 
“사회적 약자 고려해야 할 대법원, 사회적 약자 짓밟는 판결...
사법 정의 돈 앞에 무릎 꿇었다는 의미”

-최근 대법원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정당 판결은 어떻게 지켜보셨나?
지난 11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회사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간단한 숫자놀음으로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해도 괜찮고, 해고 규모를 사용자 마음대로 정해도 상관없다는 선고였다. 물론 앞선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 할 대법원이 사회적 약자를 짓밟는 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 정의가 돈 앞에 무릎 꿇었다는 의미다. 25명이 목숨을 끊었는데도 대법원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서글프다.

“근로기준법 정리해고 조항 없애고 정리해고 기업주 강력 처벌해야”
“무분별한 정리해고, 가정 파괴하고 한 우주 잃어버리게 만들어”

-쌍용차 대법원 판결 이후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조항을 확대해석해 집단해고의 문을 계속 넓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시나?
제도적인 대책은 간단하다.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조항을 없애면 된다. 앞서 언급한 1989년 대법원 판결의 예에서 보듯이 회사가 도산의 위기에 처하지 않는 한 정리해고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업 오너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정리해고가 가정을 파괴하고, 한 우주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집안이 어려워지면 엄마 아빠가 옷 안 사 입고 적금 깨서 아이들을 보살핀다. 외국의 기업들도 경영진이 먼저 희생한다. 회사원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면서 회사가 멀쩡한데도 내쫓는 정리해고를 하는 기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쌍용차 판결 이후 대법원이 ‘자본’과 ‘기업’의 입장을 수호하고 신봉하는 판결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높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국내 2위 보험사인 한화생명보험이 얼마 전 301명을 내쫓고, 지금 700여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하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이 4880억 원이고, 몇 년간 6천 원대이던 주식이 8600원으로 올랐다. 회사가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고, 매년 주주 배당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신입사원도 채용하고 있는데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한다.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니까 멀쩡한 회사가 사람을 막 자르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급락했다. 현대자동차도 같은 기간 18% 줄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수만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해도 된다는 것인지 대법관들에게 묻고 싶다.
 
-노동 문제 관련 법을 논의하는 정치권, 여야에게 각각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법이 해방이 되면 모두 무효가 되는 것처럼, 외환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 치하에서 만들어진 법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한국은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2001년 8월 차입금 전액을 조기 상환하며 IMF를 벗어났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이유로 만들어진 정리해고제, 파견법, 비정규직법은 17년이 지난 2014년에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2012년 12월 26일 박근혜 당선자는 재벌 회장들을 만나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부터 시작할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 날 광화문 광장에서 대형 이벤트를 열어 “임기 내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은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자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는데, 막상 사용자들이 사내하청 등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았다”고 반성했다.
정치인의 약속과 반성이 거짓이 아니라면,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을 없애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내수를 증진시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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