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고 요건 완화·임금체계 개편’ 투 트랙으로 여론전 펼쳐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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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겠다며 ‘정규직’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내달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과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관훈토론 등 공개석상에서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지적해왔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작심한 듯 정규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정규직을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임금피크제도 잘 안 된다”며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해고 요건 완화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해고를 쉽게 하기보다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가 노동개혁의 핵심 해법 중 하나로 ‘해고’보다는 ‘임금체계 개편’에 방점을 찍은 듯 보이지만 노동계는 결국 정부가 ‘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 투 트랙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방향을 잡고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 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다”라고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참여연대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노동과 고용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자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기재부는 “노동시장 개혁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균형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구체적인 대책의 내용은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규직 보호에 관한 규제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야당, 노동계 “최경환 인식 당혹, 서민들 공포에 빠뜨려”

정부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정규직에 칼날을 가해 노동시장을 햐향평준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이미 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는 정부의 논리도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민주노총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규직 해고절차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정규직을 기준으로 삼아서 비정규직에 처우를 개선해도 모자를 판에 거꾸로 쉽게 해고되는 정규직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에 하향평준화이자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규직마저도 하향평준화하겠다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기본적인 철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정규직을 하향평준화해 놓고 그것이 마치 비정규직과의 차이를 해소한 것처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정규직 문제보다는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어찌할 것인지 집중하는 것이 경제부총리가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랬더니 엉뚱하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를 허물어 하향평준화하겠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인식이 참으로 당혹스럽다”며 “이틀전 기재부 실무국장을 내세워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검토한다고 했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다급히 부인하더니 이제는 임금체계를 흔들어보려는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정리해고된 노동자만 38만명이고 실질 실업률은 10%대에 돌입했다”며 “그런데 정부는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다독이지는 않고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한다느니 임금체계를 바꾸겠다느니 거꾸로 서민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크다면 위를 끌어내리지 말고 아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정부는 하향평준화를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 “기업 투자확대 위해 고용시장 유연화 필요”

그러나 새누리당은 최 부총리의 발언을 두둔하며 새누리당이 노동시장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의 투자확대를 위해 고용시장의 유연화와 같은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간, 노조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10년 133위로 급락했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강성노동조합의 압력 때문에 법으로는, 판례로는 노동시장 고용의 유연성,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러니까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극도로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계속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주로 강성노동조합이 대기업에 자리를 잡고 임금인상 압력을 가중시킴으로써 결국 거기에 인상되는 임금 부담이 중소협력기업 근로자에게 전가되는, 그래서 임금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모순이 커지고 있다”며 “이것을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서는 노동시장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고, 그러면 지금 우리 국가 경영에 큰 부담을 해결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경환 경제사령관이 제기한 것을 기점으로 해서 노동시장의 개혁도 우리 당이 선도해 나가야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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