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좌)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좌)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정부, 정국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대통령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동 대응 실패와 계속되는 뒷북행정으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커졌고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가뭄까지 더해져 국민들 가슴이 타들어가는 시점에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여야 정치권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을 거쳐 넘어온 법안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보아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인데 여야 정치권에 대해 거친 비난을 퍼붓고 급기야 여권 소속의 특정 정치인을 국민이 심판해 달라고까지 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다수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 찬성해 놓고 대통령이 강경하게 거부권을 행사하자 곧바로 태도를 바꾸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행태야말로 패권정치이자 줄 세우기 정치의 전형이 아닌가 생각된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내분에 휩싸인 것에 대해 밖에서 보는 시각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친박, 비박이 죽기 살기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그 이상 어떤 말로도 국민을 이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새정치연합도 혁신위를 구성을 했지만 여전히 친노, 비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사건건 힘겨루기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저 지경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다면 같은 당에서 힘을 모아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에 속한 정치인이나 야권의 재편을 노리는 정치인들 모두가 더 이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친노, 비노 하면서 패를 나누거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세우면서 뉴 DJ, 호남정치 운운하며 특정지역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혁신도 통합도 없을 것이며 총선, 대선에서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박근혜 프레임(친박, 비박), 노무현 프레임(친노 비노) 뛰어 넘는 패러다임 전환 모색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는 정치인이 된 것은 박 대통령의 표현을 빌자면 ‘정치에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신선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얻은 바 있다. 새누리당 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유승민 원내대표가 밝힌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다수가 있다. 반면 아무 생각 없이 국회 표결이나 의원총회에서는 다수를 쫒아가다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것이 의리의 정치라면 이런 정치인들이 오히려 문제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친노, 비노는 없고 그것은 언론과 반대세력이 만든 프레임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매사에 니 편, 내 편을 가르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 또한 지극히 퇴행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호남 현역들이 기득권에 매달린다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들 스스로가 어느 지역보다 정치의식이 높은 호남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치인을 키워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인정하고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를 함께 할 수 없으니 정계를 은퇴하라고 하는 마당에 보수가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패러다임을 깨는 발상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새누리당 내에서 더 이상 친박, 비박 이라는 비정상적인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건강한 세력들이 새롭게 결집할 수는 없을까. 

이대로 가면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기울어진 운동장 타령을 하며 패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기득권에 안주한다는 오명만 덮어쓰고 있다. 이제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더 이상 친노, 비노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미래를 향한 세력이 새롭게 결집할 수는 없을까. 

이 두 세력이 경쟁을 벌이면서도 협력해야 할 때는 협력하는 정치를 펼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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