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오픈 프라이머리’, 그 결과는?

[폴리뉴스 전형민 기자]지난 13일 오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면서 계속 혁신 하겠습니다’라는 제하 기자회견문을 통해 당 대표 취임 후 1년간의 소회와 오는 2016년 있을 제20대 총선까지 남은 자신의 임기동안의 제1목표를 제시했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며 두손을 모은 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며 두손을 모은 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회견문에서 김 대표는 “제가 정치인생에서 꼭 하나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건 당원과 국민이 실질적 주인이 되는 정당민주주의의 확립입니다”라며 공천 제도를 “만악(萬惡)의 근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당내 계파 갈등과 그로 인한 분열이 모두 공천 때문이라고 했다. 공천권을 쥔 자로부터 공천장을 얻기 위해 당이 비민주적인 상명하복의 형태로 가고 이게 당의 허약 체질을 부추겼다고 했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공천의 계절만 오면 줄을 서고 아부한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에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읊었다. ‘만악의 근원’인 기존의 공천제도와 결별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김 대표가 집착을 보이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정당의 공직후보를 결정할 때 당원 여부에 관계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미국식 예비선거제도다. 당권을 쥔 소수 권력자들이 공천을 무기로 당원들을 줄 세우고, 공천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정당민주주의가 유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원의 존재 의미가 약화되고 정당정치의 실현이 어려워진다는 점과 몇몇의 유명·인기 정치인들만 인지도에 의해 대중에 계속 선택됨에 따라 정치신인의 진입을 막는다는 점, 모두에게 공개된 경선이다 보니 상대 진영이 고의로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의 우려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사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이미 각 당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비율로 반영한 것도 오픈 프라이머리의 한 방식이다. 다만 현재 김 대표가 강력히 주장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그 비율을 100%로 늘려 ‘완전 국민경선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의 위력은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처음 도입된 것은 2002년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다. 100%는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최종 대선 후보로 뽑혀 16대 대통령으로 당선 됐다. 17대 대선에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의 대통령 후보로 최종 낙점됐다.

가까이는 김 대표의 취임 후 지난 1년간 최고의 성과로 불리는 두 번의 재보선 승리 역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성과다. ‘세월호정국’속에서도 새누리당의 본선 승리를 이끌어낸 7·30재보선과 ‘성완종정국’에서 3대 1의 스코어를 기록한 4·29재보선에서도 전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했었다. 김 대표는 두 번의 재보선을 통해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 대통령의 뒤를 잇는 ‘선거의 남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를 지난 두 번의 재보선을 통해 증명된 새누리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효과적인 선거전략’이라고만 보면 곤란하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그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로 그의 정치 역정(歷程) 중 두 번이나 악연으로 엮인 공천제도의 문제점과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을 꼽는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3월 12일 당 공천위원회가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며 자신을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때마다 등장하는 ‘물갈이’라는 말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용어다. 공천은 지역주민의 선택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총선 때는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친박계’로 찍혀 낙천했는데 바로 다음 총선에서는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가 자신을 ‘탈박’으로 낙인찍어 낙천한 것이다. 이 정도면 ‘공천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신념이 확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남들이 다 그렇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의 전략공천이 필요한 인물들은 김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도입 의지를 당 대표인 본인부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테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그 누구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의도로 본다. 특히 ‘유승민정국’을 일으켜 당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가 도입될 경우 무수한 비난을 감수하며 단행한 ‘유승민 찍어내기’가 완전히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권행보를 위한 최선의 전략, ‘오픈 프라이머리’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고집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대권을 향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에 당면한 제1과제는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이다. 이 선거에서 김 대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에 따라 당내의 지지가 갈릴 것이다. 선거에서 대승(大勝)할 경우 김 대표의 본격적인 대권행보는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새누리당의 전략은 많지 않다. ‘따뜻한 보수’, ‘중부담중복지’ 등 현실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증세 없는 복지는 실패했다”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내는’ 청와대의 행동에 ‘꿈틀’도 하지 못한 ‘거수기 신세’라고 조롱받는 집권여당이 ‘경제민주화’ 등을 당의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다면 중인(衆人)들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만큼 확실한 전략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13일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선거는 결국 국민들의 손으로 결정된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결국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점, 즉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점에서 그 성사에 상관없이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을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로 여야가 동시에 실시할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이 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여야가 동시에 완전국민경선을 가져야 한다는데 찬성하는 의견이 60.1%로, 반대하는 의견(19.8%)보다 3배 이상 높았고 ‘잘 모름’은 20.1%였다. 모든 지역과 대부분의 계층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더군다나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찬성 76.1% vs 반대 12.7%)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대다수로 나타났다.

가장 큰 변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새정치연합은 원론적으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긍정 검토할 수 있다”지만 지역구의 20%는 전략공천을 통해 신인과 여성 등 시대정신에 맞는 인사를 발탁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지명도 높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제도인 만큼 개혁적인 인재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가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픈 프라이머리가 법적으로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끝까지 도입을 거부할 경우 새누리당 만이라도 자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모양새지만 당내 ‘공천필요자’들의 거센 반발과 야당의 역선택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 등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취임 1주년을 맞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날의 칼, ‘오픈 프라이머리’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양날의 칼’이다. 김 대표에게 대권행보를 위한 최고의 전략임과 동시에 매끄럽게 실행되지 않을 경우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대권행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 대표 스스로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천명했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가 허울만 좋은 공염불로 끝날 경우, 국민적 실망감은 기대감의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고 또 한 가지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누구든지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승리를 전망할 수 없다. 대권을 노리는 김 대표로서는 청와대의 의중을 무시하고 독자노선을 갈 수 없다.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16분간의 독대를 통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마이웨이’ 행보를 갈 경우 새누리당은 또 한 번 계파·권력 간의 충돌로 내전을 겪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요즘 지역별 총선 출마 희망자들 사이 책임당원 확보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을 비관하는 출마자들이 미리 공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에게 남은 1년과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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