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공세 수위 높여보지만 여당의 ‘방패’ 앞에서는 ‘멘붕’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캐나다 토론토대 비영리 연구팀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Bill Marczak)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질문에 영상통화를 통해 답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국에 스파이웨어를 판매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캐나다 토론토대 비영리 연구팀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Bill Marczak)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질문에 영상통화를 통해 답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국에 스파이웨어를 판매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서예진 기자]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CS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2주가 지났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갔지만 정작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내지 못하고 있다. 날카롭던 공세의 창이 결국 무딘 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당내 최고의 컴퓨터 보안·백신 프로그램 전문가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국민정보지기키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야당이 그간 국정원에 대해 보여줬던 ‘정쟁’의 이미지 대신 국민의 ‘정보인권’을 내세우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더불어 손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스마트폰을 검사하고 해킹 프로그램 시연회를 주최하는 등 ‘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필요한 자료 30가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제출하지 않고 버텼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에서 야당이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여당의 공세가 시작됐다. 안철수 위원장더러 정보위원회로 사보임(상임위를 옮기는 것)하면 로그파일을 보여주겠다, 밖에서 말하지 말라는 등 공격이 쏟아졌다. 정확히 보자면 새정치연합이 휘두르는 공격의 ‘창’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가 시작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말 효과적인 ‘방패’ 역할을 했다. 지난 27일 열린 정보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저기(정보위 회의장)는 거의 교회다. 그냥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종교집단의 합창을 보는 것 같다”,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국정원은 보안을 이유로 의미 있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해명만 이어갔다. 결국 이날 정보위 현안보고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직을 걸고 사찰은 없었다”는 해명만 잔뜩 들어준 꼴이 된 것이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자료 제출은 원래부터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국정원이 야당의 요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대신에 오늘 (임모 과장이) 삭제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했다. 할 만한 것은 다 했다”고 방어했다.

정보위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도 “제가 느끼기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명쾌하게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주장의 신빙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을 어떻게 확인하냐. 그것을 거짓말 하겠냐. 그걸 거짓말한다고 되겠냐”고 밝혔다.

결국 정보위 현안보고 이후 새정치연합은 “청문회에 준하기는커녕 상임위를 무력화시켰다”고 비난했으나 새누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정원을 효과적으로 감싸고 있다. ‘대북 대테러용’이라는 ‘안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난 28일 원내대책회의 발언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야당은 국정원 사이버 전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자료만 요구하고 있다. 국방전력의 정보기록을 일일이 파헤치는 것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는 결국 ‘국정원이 대북 대테러용으로 RCS를 사용했으니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정당성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대북용이 아니라 민간인 사찰용 아니냐’는 의혹을 줄곧 제기해왔으나 그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기에 효과적으로 공세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야당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그 증거로 제시한 SKT IP 3개 회선도 ‘국정원 실험용’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결국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쟁 프레임’에 휘말리게 된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현안보고 이후 의혹이 더 커졌다면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30일 이번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캐나다 비영리연구팀 ‘시티즌랩(Citizen lab)’과 화상회의를 열어 해킹 의혹 공세를 이어갔다.

이날 시티즌랩 연구원인 빌 마크작(Bill Marczak)은 “(이탈리아 해킹팀과 국정원이 주고받은 메일을 분석하면 국정원이) 카카오톡 감청기능에 대한 추가 의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국정원측이 해킹팀이 갖고 있는 프로그램 중 실시간 감청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에도 관심 가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의혹에 대해 국정원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원이 국가기관으로서 국회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대통령이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상임위원회에서 진실규명이 어려워지면 국정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검찰수사로 의혹을 풀지 못 한다면 특검을 통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9월 초에 열기로 잠정 합의한 국정감사에서 해킹에 대해 대대적인 청문회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감의 증인 채택과 자료제출 요구 절차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다만 계속 결정적인 ‘한방’이 나오지 않고 있어 당내에서도 이를 국감까지 끌고가기는 벅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8월 초 로그파일 복원 과정을 놓고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과 현장 간담회를 열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국방위원회의 현안보고도 이뤄질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정치연합은 끊임없이 실질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정원과 여당이 ‘보안’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휘두르고 있는 무딘 창으로는 이번 국정원 사태 또한 종전과 같이 ‘정쟁’ 프레임 속에서 흐지부지 될 우려가 크다. 새정치연합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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