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후퇴로 고사(枯死)지경 된 김무성, 친박의 비박계 어르기도

[폴리뉴스 정찬 기자] 청와대가 청와대발 ‘대구경북(TK) 물갈이’를 포기한다는 입장 표명을 계기로 새누리당 친박계는 한편으로는 비박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우선추천지역’이 우세지역 ‘전략공천’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우선추천지역’에 TK지역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의 여지를 두는 우선추천제를 수용하는 거듭된 양보를 계기로 청와대가 ‘공천 불개입’을 천명하면서 새누리당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국면에 돌입했지만 우선추천제가 새로운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포기한 데 이어 ‘전략공천’ 문제도 우선공천제 수용으로 방향을 틀자 이 여세를 몰아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를 더욱더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은 김무성 대표가 5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현행 경선방식을 수용하고 우선추천제도 적용하겠다고 한 순간 예견된 흐름이었다. 거듭된 김 대표의 후퇴가 친박계의 공천주도권 행사 쪽으로 힘을 싣는 작용을 낳았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계에 대한 전면전을 벌이자는 측근의 조언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미필적 고의’로 공개하면서 김 대표의 청와대를 향한 정치적 블러핑 카드를 내보인지 불과 이틀만에 그 한계가 드러내면서 이러한 국면의 전개는 불가피했다.

김 대표가 ‘전략공천’ 전선에서도 ‘후퇴’를 선언한 지난 5일 오전 열렸던 최고위원회의는 예고탄에 불과했다. 지난 주말 무렵 마치 전면전도 불사할 듯하던 김 대표가 한 발 뒤로 물러서자 이를 기회로 삼아 친박계가 김 대표를 더 거칠게 몰아붙여 고사(枯死)시키려는 쪽으로 갔다.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와 국민공천제로 포기한 순간 비박계로부터도 신뢰를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김 대표를 믿고 따르던 비박계도 정치적 행동의 중심이 갑자기 흩어져버려 당분간 제대도 된 정치적 대응을 하기가 어렵게 된 점도 감안했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 대표가 당헌당규를 따르겠다면서 지금까지 야심차게 밀고온 ‘오픈 프라이머리’, ‘국민공천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데 대해 “책임져라”고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5일 오후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밝히면서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 참모진 중 더 이상 물러날 인사를 없다고 못 박으면서 그동안 여권 내부 갈등의 핵이었던 청와대 주도 ‘TK 물갈이’론을 회수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표명은 오픈 프라이머리와 국민공천제를 포기하고 ‘전략공천’에도 여지를 주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거듭된 ‘후퇴’에 대한 ‘타협의 선물’이기도 했지만 예상되는 비박계의 반발을 무릎 쓰고 재차 뒤로 물러난 김무성 대표를 계속 몰아붙일 경우 ‘여권 분열’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뒤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김 대표가 뒤로 물러선 이상 차기 공천 주도권을 김 대표가 아닌 친박계가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국민공천제를 포기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하기로 한 이상 김 대표는 더 이상 비박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가면 친박계가 공천특별기구를 주도하게끔 할 수 있고 이 경우 비공식라인을 통한 ‘공천지분’ 행사가 가능하다.

친박, TK 우선추천 두고 한쪽은 “불가능”, 다른 한쪽은 “대구 왜 빼냐”며 여론몰이

그러면서 친박계는 6일에는 논란의 불씨인 ‘우선추천제’가 ‘전략공천’, ‘물갈이’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을 두고 서로 다른 신호를 내며 여권 내 공천전쟁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략공천 가능성에 경계의 깃을 바짝 세운 비박계를 위무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략공천의 칼날은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는 신호를 동시에 냈다.

김무성 대표는 거듭된 ‘후퇴’로 차기 공천주도권과 관련해 ‘고사(枯死)’될 위기에 빠지면서 비박계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날 친박계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비박계를 어르면서도 뺨을 때리는 모습에 가까웠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6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선추천제가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TK나 서울 강남지역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그 지역에서 우선추천이라는 것은 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략공천’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면서 비박계 등에 대한 공천학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이른바 공천학살이라든가 또 정치보복의 형태의 전략공천이라는 것은 우리 당의 당헌당규에는 현재 불가능하다”며 “그리고 ‘전략공천이 없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그런 어떤 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공천제는 호남 등 열세지역에 해당될 뿐이라며 TK와 수도권지역에서의 비박계에 대한 공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비박계를 위무했다.

그러나 같은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우선추천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강한 지역, TK가 됐든 강남이 됐든 어느 지역이 됐든지 간에 저희가 보기에 전략, 전술적으로 20대 총선에 전체 진용을 짜고 또 우리 당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데 좋은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디든지 예외가 될 수 없다”고 TK 등 우세지역도 ‘우선추천제’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아가 신박(新朴)으로 떠오른 원유철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선추천지역에 대해 “새누리당은 전 지역이 다 똑같다. 특정 지역을 배제하고 말고 하는 것은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전국 정당이고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인데 대구는 빼고 뭐 또 예를 들자면 부산은 빼고 서울은 빼고 이런 건 있을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차기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 이한구 의원은 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선추천제에 대해 “전략공천을 제한적으로 하자는 의미에서 당헌당규에 우선추천제의 전제조건을 만든 것”이라며 “전국의 어느 지역이나 어느 현역 의원도 예외 없이 우선추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TK와 강남3구 전략공천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심지어 이 의원은 “당이 선거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모셔 와서 특정 지역에 배치하는 것까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선거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김무성 대표나 친박이나 서로 ‘결국 이게 전략공천이다’는 본심을 얘기하지 않고 그럴듯한 말로 국민들만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우선추천지역에 TK를 포함시키려는 쪽으로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청와대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엣 가시처럼 생각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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