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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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오현지 기자]'명견만리'에서는 게놈 프로젝트의 득과 실을 따져본다. 이미 전 세계가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 게놈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유전자 분석 비용도 점차 저렴해지고 있다. 우리는 게놈 프로젝트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할까.

10일 밤 10시 KBS 1TV '명견만리'에서는 '유전자 혁명, 선택의 기로에 서다' 편이 방송된다.

다가올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앞날의 건강과 인생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을 게놈 기술이 열어가고 있다. 우리의 DNA 속에 있는 유전 정보의 총체 게놈, 게놈 분석으로 난치병과 유전병을 정복하기 위해 이미 세계 각지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 시장, 그러나 미래를 알 수 있는 삶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한국인 최초 개인 유전체 분석에 성공! 자신과 가족의 유전자를 모두 분석해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는 박종화 교수가 '명견만리'에 출연한다.

박종화 교수가 소개하는 유전자 분석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자. 또한 과학 기술의 현장을 밀착 취재하고 사회적 파장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KBS 과학전문 이은정 기자, 미래참여단과 함께 그 명암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박종화 교수는 UNIST 게놈연구소 소장이다. 한국인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개인 유전체 분석에 성공했다. 2009년 본인과 가족의 게놈 분석을 완성했다. 

아주 과학적인 사주팔자인 게놈이란 무엇일가. 

게놈은 우리 몸 DNA 안에 있는 유전자의 총합을 뜻한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설계도인 것. 사람 한명의 유전자 전체 정보는 무려 책 250권 분량!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그리고 그 시기는 언제인지는 물론 운동 신경이나 음악적 재능과 같은 잠재능력까지 알 수 있다.

국내 게놈 연구 최고의 권위자 박종화 박사는 2009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본인의 게놈은 물론 가족들의 유전자 정보 전체를 해독했다. 그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자신이 실명을 불러올 수도 있는 황반변성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아이들의 유전자 분석 정보를 통해 다행히 그 유전자가 아이들에게는 유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자신의 미래와 2세들의 미래까지도 정확히 예측한 박종화 박사, 그가 말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당신의 미래를 알 수 있는 비용은 천 달러다.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비용은 날로 저렴해지고 있다. 유전자 분석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에 유전자 분석 비용은 무려 3조원, 결과를 받는데도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10여년 만에 미국에서는 천 달러, 우리돈 백만 원이면 앞으로 내가 어떤 병에 걸릴지, 그 때가 언제인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기간도 하루면 가능하다. 향후 이 비용은 점점 더 떨어져, 0달러 게놈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박종화 박사는 말한다.

게놈으로 암을 정복해가는 사람들, 불치병은 없어질까.

유전자 분석 비용의 감소로 해외에서는 자신의 게놈 지도를 손에 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티브잡스는 췌장암으로 사망 전 2번의 유전자 분석을 받았다. 본인의 몸에 꼭 맞는 항암제를 찾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치료제를 찾기 전에 사망했지만 잡스의 주치의는 그가 조금만 더 빨리 유전자 분석을 받았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때를 놓친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발 빠르게 대처해 자신의 삶을 개척한 사람도 있다. 바로 할리우드 스타인 앤젤리나 졸리이다. 졸리는 2013년 본인의 게놈 지도에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방암, 난소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는 유방암과 난소암이 걸리기도 전에 미리 가슴과 난소를 절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졸리의 이 선택은 많은 미국 여성들이 유방암, 난소암 유발 유전자 검사를 받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리는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시장규모는 30억 달러이며 전 세계는 블루 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2010년 24억 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유전자 분석 시장은 1년만인 2011년 30억 달러로 성장, 다가올 2016년에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놀라운 성장의 배경에는 유전자 분석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한 각 나라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5년 연두교서에서 2억 1500만 달러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정밀, 맞춤 의학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7년까지 '10만 게놈 프로젝트'에 총 3억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 연구가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된 것은 난치병에 들어가는 치료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2005년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우리의 유전자 기술은 황우석 박사 사건 이 후 유전자 기술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더뎌지고 있다. 사실상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게놈 사업을 하는 것을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21세기 판 우생학일까. 유전자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고민은 무엇인가.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인간은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신의 영역에 한걸음 더 가까이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놈 기술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등 인류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독재자의 손에 들어가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던 21세기 판 우생학이 될 수도 있다. 무한한 혜택을 가져올 수도, 또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미 이 기술을 이용해 우월한 인간을 찾는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전자 연구소로 성장한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 BGI. 이곳에서는 2013년부터 IQ 160 이상. 전 세계 인구 대비 2%안에 드는 천재 2200 여명의 혈액샘플을 확보해 천재 유전자를 찾아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피 한 방울로 인간의 등급이 매겨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천재 유전자를 태어날 아이에게 심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미국의 한 불임 연구소에서는 인공 수정된 배아 중에 부모가 원하는 눈 색깔, 머리카락 색깔의 아이를 고를 수 있는 광고를 게재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원하는 유전자를 선택하거나 조작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해지는 세상, 그 곳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국내 최초 게놈 분석에 성공한 박종화 교수가 이야기하는 게놈 시대가 가져다 줄 미래, 인간의 게놈 지도가 만드는 세상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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