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배우학교’ 캡처>
▲ <사진=tvN ‘배우학교’ 캡처>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tvN에서 또 히트작을 만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배우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고작 2회 방송된 ‘배우학교’는 박신양이 왜 명품배우인지 인증했다. 지난 11일 ‘배우학교’ 방송 이후 장수원이 검색어를 장악했다. 장수원 뒤에는 박신양이 있다. ‘배우학교’ 박신양 열풍은 앞서 ‘마이리틀텔레비전’의 김영만 인기를 떠올리게 한다. 

‘배우학교’ 박신양 전에 ‘마리텔’ 김영만이 있다

‘배우학교’는 박신양의 공헌도가 높지만 주인공은 ‘학생’에게 있다. ‘비운의 로봇’인 장수원이 12일 하루종일 관심을 받은 것도 ‘배우학교’의 힘이다. 장수원은 ‘배우학교’에서 수없이 포기를 결심하지만 박신양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찾는다. 시청자가 장수원에 빙의된 것은 ‘멘토 박신양’을 갈구하는 심리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우리는 ‘마이리틀텔레비전’의 김영만을 만나며 눈물을 훔쳤다. 김영만은 “여러분들 이제 다 컸구나. 어른이 됐네” “이제는 어른이 다 됐으니까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녹화장에서의 다 큰 코딱지들 그 무거운 케이블선 옮기고 작가분들 동분서주하고 카메라 감독님들의 앵글 쟁탈전 저는 보았습니다. 바로 현재의 젊은이라는 것을요. 이 모든 땀과 보이지 않는 열기가 우리 친구들한테도 있다는 것을” “자 좋아요. 그런 눈과 마음으로 앞으로 사회생활 열심히 하는 거예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 사회는 젊은 층에게 ‘N포세대’라는 악명을 지어줬다. 갈등을 일으키는 주동자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취직과 결혼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세대로 규정짓고 있다. 그러나 김영만은 그들의 속마음을 어루만졌다. 

다시금 ‘배우학교’에서 박신양이 김영만 바통을 이어받았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시청자는 김영만의 품속에서 위로를 얻었다면, ‘배우학교’의 시청자는 박신양에게서 ‘멘토’를 발견했다. ‘배우학교’의 출연진은 전부 어느 정도 사회에서 이름을 내밀었다. 이원종,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식, 유병재, 남태현은 무명 연예인이 아니다. ‘마리텔’ 김영만은 포괄적인 젊은 세대에게 위안을 줬다면, ‘배우학교’는 타깃이 다르다. 그저 목적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남이 시키는 일’에 발목 잡힌 사람이 그 대상이다. 

실적-성과에 상처받은 영혼, 박신양에게 위로받다 

대한민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20~40대는 얼마나 될까. 획일화된 꿈, 예컨대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 합격 같은 ‘수치화된 계획’에 얽매여 있다. 남의 시선에 의거해 자신을 꾸민다. 박신양은 이것을 깼다. 장수원은 박신양이 내준 숙제를 완결하지 못했다. ‘숙제를 못했다’는 결과를 보면 장수원은 질책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현대 사회의 ‘성과주의’ 병폐다. 그러나 박신양은 “솔직해서 좋다. 자신의 연기가 믿어지지 않아서 진행하지 않은 솔직함이 좋다”고 평가했다. 박신양은 ‘남에게 보여주기식’ 연기는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는 시청자는 장수원을 통해 대리만족했고, 박신양 같은 어른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어 장수원이 연기한 ‘쓰레기봉투’는 누가 봐도 섬세했다. 그러나 장수원은 (매우 잘했음에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박신양은 장수원의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장수원은 ‘쓰레기봉지 안의 물건이 밖으로 나오고 싶은 감정’을 연기했다. 장수원이 그 말을 더듬거리면서 표현하기까지, 박신양은 숱하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비로소 장수원은 “쓰레기봉지를 표현하려고 했다”는 말을 번복할 수 있었다. 장수원은 “쓰레기봉지 안에 갇혀 있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준비했던 게 표현하며 변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에 박신양은 미소를 보이며 “실수하면 어때. 목표를 계속 실수하는 것으로 잡자”라고 응원했다. 

박신양은 감정에 휘둘리고 ‘못하니까 내 지도가 필요하다’라고 선을 긋지 않는다. 박신양은 ‘장수원에게 연기 열정이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일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노력하지 않는다” “애쓰지 않는다” “진짜 힘든 시기를 겪지 않아서 잘 모른다”는 비난 공세를 가하는 요즘, 현실을 직시한 박신양의 태도는 주목받아 마땅하다. 

장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당대 최고의 아이돌그룹 젝스키스 멤버였고 온갖 영광을 다 누렸다. 그러나 연기에 관한 악성 댓글로 마음고생해야 했다. 한때는 오빠부대를 끌고 다니며 시대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무난한 방송인이다. 박신양은 겉으로 보이는 능력을 탓하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은 ‘장수원 눈물’에 이중적 태도를 보였지만 박신양은 시종일관 같았다. 자신을 장수원과 동일시한 시청자는 ‘배우 박신양의 열린 가치관’에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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