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자율적 구조조정 진행…가시적 성과
건설업계, 저가 해외수주…‘빚 좋은 개살구’ 가능성

[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운·조선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두 업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몇 년 동안 부침을 거듭해왔던 철강과 건설업계에 대한 정부의 시선이 고정돼 있다.

철강업계는 몇 년간 진행한 업계 자율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건설업종은 국내 시장에서 주택 미분양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의 저가 수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수년간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불황이 이어지며 아직까지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현대제철 제공></div>
▲ 국내 철강업계는 수년간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불황이 이어지며 아직까지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맷집 키운 철강업계…안심할 단계 ‘아직’

그동안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파고들었던 중국 철강업체들과 맞서기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은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감산을 추진해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펼쳐왔던 우후죽순식 M&A를 중단하고 본연의 업종인 철강업에 집중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통해 비부채성 자금을 조달했지만 아직 부실, 저수익 사업의 정리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이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뒀다면 올해는 수익성 관점에서 숨은 잠재부실마저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면서 비주력 부문을 털어내고 경쟁력 높은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동부특수강, SPP율촌을 M&A 했으며 현대하이스코와의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단순히 몸집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 부문의 사업력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통해 강관, 자동차 경량화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한편 현대하이스코의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 부문을 확보해 해외 영업력을 배가시켰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을 M&A하며 냉연도금 부문을 확충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이 같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성을 높이는 사이 우리나라 업체들을 위협했던 중국 업체들은 국내 경기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경쟁사의 약세를 놓치지 않고 국내 철강업체들은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 단가를 올리며 다시 한 번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위협은 도사리고 있다. 철강재를 소비하는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언제든 철강업계를 덮칠 수 있다.

오일 메이저들이 저유가로 인해 이익률이 낮아지면서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다. 철강재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현재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해당 부문의 실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선업체에 불어 닥친 불황도 철강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선박에 사용되는 후판은 주문을 하면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부담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주문이 줄어들게 되면 공장을 놀릴 수밖에 없어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도 경기 불황과 가격을 내세워 국내 건설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철강재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는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구조조정의 성과가 외부 요인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해외건설 총과계약현황 <사진=해외전설협회 제공></div>
▲ 해외건설 총과계약현황 <사진=해외전설협회 제공>

건설업계, 중동發 훈풍…수익성이 관건

최근 건설업계는 이란 특수(特需)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안간힘을 펼치고 있는 이란은 당장 인프라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건설업체들은 이란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동안 중동 국가들이 발주한 공사를 따내기 위해 국내 건설업체들은 자신들끼리 경쟁하며 스스로 공사비를 낮추는 ‘저가 수주’ 전쟁을 펼쳐왔다. 낙찰 예상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다보니 공사를 해도 남는 게 거의 없을 정도란 얘기가 건설업계에 떠돌았다. 심지어 예상가격의 절반 정도 금액으로 공사를 낙찰 받았다는 소문이 돌 지경이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무리한 경쟁을 자제하고 정상적인 경쟁을 통해 이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란을 제외하고는 현재 해외건설 시장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오일머니를 두둑이 챙겨놨던 산유국들이 저유가가 지속되며 대규모 공사 발주를 미루고 있고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공사는 후발주자들이 공사비를 낮추며 수주하고 있어 국내 건설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량은 그야말로 ‘빨간불’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는 220건으로 전년 227건 대비 3%밖에 줄지 않았다.

하지만 수주금액은 124억964만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221억8727만 달러 대비 44%가 줄어들었다. 수주 건수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주금액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중소형 공사를 수주했거나 여전히 저가 수주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건설업계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 시장도 크게 위축돼 있어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건설업계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모든 건설사가 이란에서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침체로 다른 나라의 건설 경기도 좋지 않다”며 “국내 시장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버티는 것이 급선무다. 이 때문에 저가 수주 경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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