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공약은 범죄와의 전쟁, 필리핀 ‘치유의 과정'시작

필리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의 지지자들이 유세장에 참가하거나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 필리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의 지지자들이 유세장에 참가하거나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AP통신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현지시간) 90% 이상 개표가 진행됐으며, 민주당 두테르테 후보는 1534만표를 얻어 집권 자유당 924만표를 얻은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에게 600만표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소속 ‘그레이스 포’ 여성 상원의원은 858만표, ‘제조마르 비나이’ 부통령은 508만표를 얻었다.

필리핀 유권자들이 두테르테 시장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두테르테 시장이 내세운 강력한 ‘범죄 근절’공약이 꼽힌다. 두테르테 시장은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안에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과거 범죄가 끊이지 않던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변화시켜 ‘징벌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는 등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지도자로 각인됐다.

이와 관련 타임지는 지난 2002년 당시 다바오시를 “혼돈의 필리핀 속의 평화의 오아시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시장은 재직 중 자경단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사법절차를 무시한 채 범죄자를 처형한 경우도 있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두테르테 시장이 선거 기간 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범죄 척결 방식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시장은 과격한 화법을 구사하며 잦은 막말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말 방문한 교황에게 두테르테 시장은 교통체증을 야기했다며 욕설을 퍼부은 뒤  논란이 되자 편지까지 보내며 사과한 바 있다.

두테르테 시장과 관련된 예전의 논란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재직 초기 미성년자를 유괴하고 성폭행한 범죄자 3명을 집적 총살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지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 때는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선교사를 두고 시장인 자신에게 우선권이 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해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두테르테 시장은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119제도를 도입한 후 콜센터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다소 선진적인 사회정책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의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법안의 통과를 도왔으며. 이슬람의 성원인 라마단 때는 무슬림 가족들에게 음식을 보내기도 했다.

당선이 확정된 두테르테 시장은 “매우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겠다”며 유권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자신을 제외한 다른 대선 후보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두테르테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필리핀 사회는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테르테 측은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이 유력해진 뒤 필리핀을 단결시키기 위한 ‘치유의 과정'(healing process)’을 시작했다는 두테르테 시장의 발언을 전했다.

두테르테 측은 대통령제와 관련해서는 대대적인 개헌이 이루어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측은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된 각종 권한을 연방제를 통해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무슬림 반군·공산 반군과의 평화협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관계에서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의 ‘친미, 반중’ 기조가 유지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두테르테 시장은 선거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된다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결을 위해 다국적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국적 대화는 영유권 분쟁 당사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들도 포함될 것이며 중국은 국제법이 규정한 필리핀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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