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밀어붙이기에 더민주 현장조사단 꾸려, 낙하산 인사도 도마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을 연내에 완료하라고 지시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을 연내에 완료하라고 지시했다.[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정부가 총선 이후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공기업 노조들 또한 반발하며 야당에게 구원을 요청,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은 4대개혁 중 노동개혁 정확하게는 파견법 등을 규정한 노동4법을 밀어붙이다가 총선 패배 후 국회에서의 법률개정을 통해야 하는 노동개혁보다는 법적 정비가 요구되지 않는 공기업 성과연봉제로 타깃을 옮기면서 노정(勞政) 간의 대치전선도 급격히 이동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5월10일 국무회의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올해 중 완료하라는 지시와 함께 공공기관 기능조정의 일환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라는 언급을 계기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팔을 걷어붙였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금융노조와 공기업노조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게 정부의 성과연봉제 및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에 제동을 걸어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치적인 쟁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공공개혁 언급이 있은 다음날인 1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긴급 간담회를 가졌고 여기서 노조는 정부가 무리하게 성과연봉제를 추진, 금융공공기관 현장에서 각종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금융노조가 밝힌 사례를 보면 정부의 압박에 밀린 회사 쪽이 직원들에게 강제로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인격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또 불법적으로 이사회 의결 강행했다. 나아가 금융위원회는 공공기관들에게 사용자단체 탈퇴를 방조 내지 지시하는 등의 행위까지 했다. 이에 더미누에게 ▲야3당 공동성명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와 정부의 노정교섭 중재 ▲더민주 현역의원 및 당선자 연대서명 등을 요구했다.

이에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부와 공공기관장들의 불법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모든 정책은 법을 어기면서 진행돼선 안 된다”며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금융노조와 더민주와의 만남에서는 공공기관 노사문제의 최대현안인 ‘성과연봉제’에 맞춰졌다.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에서 ‘저성과자 해고’로 이어지는 수단이 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공공개혁 언급과 관련 “공공 부문의 비효율과 방만은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그동안 누적돼 온 공공부문 비효율, 방만에 대한 책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로 경영 부실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고 공공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부의 책임을 먼저 거론했다.

아울러 공공부문 기능조정과 관련해서도 안 대표는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중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민영화 추진이라면 몇 가지 우려가 된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안 대표는 민영화 반대냐는 질문에 “전면적인 반대는 아니다. 민영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갑자기 속도를 높이는 정부의 공공개혁에 제동을 걸렸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은 ‘성과연봉제’보다는 박근혜 정부가 과연 공공개혁을 추진할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쪽에 방점을 둔 것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기능조정이 민영화를 통해 공공자산을 훼손시키고 재벌에게 이익을 몰아주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함께 했다.

그러나 더민주-국민의당이 박 대통령의 공공개혁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음에도 정부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4대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공공개혁이라도 성과를 내야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개혁 성과에 목을 매는 정부와 무리한 공공개혁으로 노동기본권과 공공자본의 훼손을 저지해야 한다는 야당 간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야당 중간에서 적절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새누리당은 제 역할을 감당할 능력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정부와 야당 간의 긴장은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 여야정 ‘성과연봉제 노사합의’에 합의하고도 3일 만에 “없어도 돼” 뒤집어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지도부의 5.13 청와대 회동 합의로 5월20일 진행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만난 제1차 여야정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에서 성과연봉제를 두고 여야 3당은 ‘노사합의’가 있어야 진행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 회의가 있은 지 불과 3일 만인 23일 정기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시 ‘노사 합의로 진행한다’는 합의에 대해 “오해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변한 바 없다”며 “노사 합의가 없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노사 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뒤집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올 연말까지 122개 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무리수라는 비판을 듣더라도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엔 5월 현재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63개 중 12개 기관이 노사 합의는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정 합의를 인정할 경우 연내 성과연봉제 추진 완수 목표 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예상한 듯 더민주는 지난 19일에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박완주, 이학영, 김기준, 남인순, 김경협, 홍익표 의원과 이용득, 정재호, 송옥주 당선인으로 구성된 성과연봉제 강압 과정 불법행위 및 인권유린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정부의 불법행위 및 인권유린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웠다. 진상조사단 구성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금융노조간의 간담회에서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불법실태 진상조사단은 5월24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첫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개별직원 면담을 통해 동의서를 징구하고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통곡하는 등 인권유린까지 자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는 금융 및 공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정부와 회사 쪽의 불법적인 행위를 핵심쟁점으로 삼아 정치적인 문제로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낙하산 인사를 줄기차게 진행해온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이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척결한다면서 정치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앉힌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방만경영’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에 공공기관 ‘낙하산’을 근절하기 위해 20대 국회에서 제출할 1호 법안 중 하나로 국회의원, 정당 지역위원장 등 정치인이 사임 뒤 3년 내 공공기관장으로 갈 수 없게 만드는 ‘낙하산 금지법’을 선정하지조차 했다.

더민주 또한 박 대통령의 공공개혁이 언급이 있던 5월10일 당 브리핑을 통해 “공기업은 국민들의 밥그릇을 챙기라고 있는 곳이지, 권력의 밥그릇을 챙기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밝힌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개혁 강력 추진 의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두 야당이 ‘낙하산 인사’를 집중 거론한 이유는 정부가 공공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정권 차원에서 보은인사를 꾸준히 챙긴데 대한 일침의 성격도 있지만 올 연말까지 경제 관련 주요 공공기관 157개 중 48곳의 수장과 상임감사 13곳이 교체될 예정인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이들 공공기관 빈자리에 총선 낙선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야당들이 미리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고 나선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통해 정부의 무리한 성과연봉제 추진 및 합리적이지 않게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나설 경우에 낙하산 인사 문제도 정치적 현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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